황연주(21), 김연경(19·이상 흥국생명), 김수지(20·현대건설), 배유나(18·한일전산여고)…. 한국 여자배구의 대표 스타로 떠오른 ‘젊은 피’다. 이들에게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면 모두 안산 원곡중을 나왔다는 것. 원곡중은 15년의 짧은 기간 동안 전국대회에서 25차례 우승을 차지, 배구 선수라면 누구나 인정하는 ‘명문(名門)’으로 떠올랐다.
창단 3년 만에 제6회 무등기 전국남녀중고대회에서 첫 우승 트로피를 안은 원곡중은 김연경, 김수지가 3학년이었던 2002년부터 3년 내리 전국대회 4관왕을 달성했다. 대회에 나갔다 하면 우승을 한 것이다. 중학 대회는 1년에 6개(소년체전 포함)며, 각 팀은 최다 4개 대회까지 출전할 수 있다. 17세 이하 청소년대표까지 포함해 8명이 이 학교를 나왔다.
대부분 안산서초등학교 출신인 원곡중 선수들은 김동열(48) 전(前) 감독, 홍성령(46) 코치 부부의 지도를 받았다. 팀을 창단한 김 전 감독은 2년 뒤 아내 홍 코치를 팀에 합류시켰고, 부부는 팀 숙소에서 선수들과 함께 밥을 해 먹어가며 ‘원곡 배구’의 성공담을 쓰기 시작했다. 교사 신분인 김 전 감독이 올해 다른 학교로 옮겨 가고 정관영 감독이 새로 취임했지만, 홍 코치는 여전히 팀에 남아 있다.
“저는 선수들에게 경기장 안에서 ‘악마’가 되라고 합니다. 상대가 질릴 만큼 많이 뛰라는 얘기죠.” 홍 코치의 말처럼 원곡중 선수들은 혹독한 훈련으로 다져진 체력과 조직력으로 상대팀을 제압해왔다. “남들 하는 만큼 해서는 안 된다”는 김 감독과 홍 코치의 지도 철학은 두 딸 수지·재영(19·현대건설)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홍 코치는 “다른 애들의 눈치가 보여 둘을 더 혹독하게 다뤘어요. 불만 없이 따라와 준 게 고마울 뿐”이라고 말했다. 거듭된 훈련은 선수들의 기본기를 튼실하게 만들었다. 중학교 때 키가 작았던 김연경, 중1 때 배구공을 처음 잡은 황연주도 이때 갈고 닦은 기본기를 바탕으로 프로배구 스타로 성장할 수 있었다.
이런 ‘언니’들의 존재는 원곡 배구부원들에게 큰 자부심이다. 매년 말 졸업생들은 유니폼을 후배들에게 보내준다. 선수들은 황연주, 김연경이 입었던 흥국생명 유니폼을 물려 받아 연습 때마다 입는다. 몇 년째 내려오는 원곡 배구부의 전통이다. 주장 이소희(3학년)는 “언니들 유니폼을 입고 연습할 때마다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원곡중은 지난달 강원도 동해에서 열린 중고연맹 회장배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평균 신장 1m70이 넘지 않는 원곡중은 끈끈한 조직력을 앞세워 평균 신장이 10㎝나 큰 서울 중앙여중을 꺾었다. 이소희는 여중생이 하기 힘든 백어택까지 터뜨렸다. 8일 종별선수권에서는 월평중에 패해 결승 진출에 실패했지만, 소년체전과 CBS배 대회까지 3관왕을 하는 게 올해 목표다.
배구부는 학생들에게도 자랑이다. 일반 학생들이 선수들에게 편지나 선물을 주는 것도 예사다. 박권오 교장은 “배구는 원곡중학교 학생들을 하나로 묶는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