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7일 또다시 입을 열어 열린우리당을 탈당하려는 사람들을 맹비난했다. 그들 중 정동영·김근태 대선주자들을 향해서는 ‘당신’이라고 부르며 감정을 마구 쏟아냈다. 아예 ‘대통령 노무현’이 아니라 ‘정치인 노무현’이 쓴 글이라고 밝혀 놓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임기 막판에 무얼 하려고 이렇게 선거 판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가. 결국 열린우리당에 낸 탈당계는 가짜였다는 생각밖엔 안 든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한 말 중엔 한번 생각해볼 만한 부분이 있다. 대통령은 열린우리당 탈당파들을 향해 “지역을 가르고 야합하던 구태정치의 고질병이 다시 도졌다”며 “열린우리당을 통째로 이끌고 지역주의 정치에 투항하자는 것이 아니냐”고 물었다.
물론 노 대통령도 이 문제에서 떳떳할 것이 없다. 노 대통령 진영이 지난 대선에서 영남후보론을 내세운 것 자체가 지역 구도를 의식한 것이고, 충청권 행정수도 공약을 내세워 자신의 말대로 ‘재미 좀 본 것’도 지역 표를 챙겼다는 뜻이다. 지난해 11월 현직 대통령으로서 김대중 전 대통령을 집으로 찾아간 전례 없는 일 뒤에도 지역 정치의 냄새가 물씬했다.
그러나 이번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 다시 지역주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은 누군가 경종을 울려야 할 문제다. 범여권으로 불리는 사람들이 하자는 것은 한마디로 지역표를 다시 한 번 모아 보자는 것 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처음에는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을 내세워 ‘호남+충청’연대를 만들어 보려다가 실패했다. 그러자 여권 정치인들 중엔 정치와는 아무 관련도 없고 이름도 모를 은행 사람을 충청 출신이라는 이유로 접촉하는 사람까지 생겨났다. 일단 민주당과 합쳐서 호남 연고부터 확실히 하고 다음에 충청권의 국민중심당과 거래를 해 보려는 계산이다.
한나라당은 한나라당대로 영남 텃밭을 단단히 지키고 여기에 어느 지역이든 ‘플러스 알파’로 끌어오기만 하면 이길 수 있다는 작전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 차남의 4·25 재·보선 출마 때 한나라당이 꿀 먹은 벙어리가 된 것도 이런 지역주의 계산에 빠져서다.
여야 모두가 오는 12월 19일 大選대선 市場시장에 내놓을 물건이라곤 낡아빠진 고향 타령뿐이라면 유권자들의 불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