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정동영(鄭東泳) 전 열린우리당 의장 사이의 최근 전투의 시발점은 4월 27일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4·25 재·보선에서 열린우리당이 대부분의 지역에 후보도 제대로 내지 못한 채 참패한 지 이틀 뒤다.
두 사람은 정 전 의장의 요청에 따라 4월 27일 청와대에서 오찬을 함께했다. 정 전 의장은 노 대통령이 ‘정치의 원칙’을 들어 열린우리당 해체나 여권 통합에 반대하는 것을 겨냥해, “2월 14일 전당대회에서 대통합 신당을 결의한 만큼 이를 따르는 게 원칙”이라며 역공했다고 한다. 노 대통령은 “정 전 의장이 떠나면 나는 열린우리당에 복당(復黨)하겠다”고 응수했다. 서로 갈 길을 가자는 입장을 통보했다는 얘기다. 노 대통령은 지난 2월 탈당한 것에 대해서는 “당시에는 내가 당에 남아있으면 당을 떠나려는 사람이 많다고 해서 당적을 정리했다”고 말했다고, 여권 관계자가 전했다.
이 만남을 계기로 두 사람은 결별 수순에 들어간 것은 물론 상대편에 대한 공격도 거침없이 퍼붓고 있다. 4월 27일 만남 직후 친노(親盧) 핵심인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열린우리당 중진 의원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유 장관은 “나갈 사람은 나가라. 당은 우리가 지킨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노 대통령이 정 전 의장에게 이야기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유 장관은 또 “우리는 몇 명이 되든 열린우리당에 남아서 하겠다”면서 “비례대표 의원들도 편안하게 보내드리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비례대표는 탈당을 할 경우, 의원직을 상실하지만 출당(黜黨) 또는 제명 조치를 당하면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열린우리당 비례대표 23명 중 절반 가량이 정동영·김근태 두 전직 의장과 함께 탈당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거론되고 있다. 또 최근 정태호 정무비서관도 부쩍 열린우리당 사람들을 접촉하면서 노심(盧心·노 대통령의 심중)을 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의장측도 적극적인 공세를 취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정치에서 손을 떼라”고 공개 주문하는가 하면, 참모들은 “더 이상 노무현식 정치는 통하지 않는다”는 말을 서슴없이 하고 있다. 일부에선 “청와대에 ‘정동영죽이기’ 대책(TF)팀이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정 전 의장은 이미 1987년 민주화 운동 기념일인 6월 10일을 열린우리당 해체와 자신의 탈당 결심의 ‘데드라인(시한)’으로 설정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