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희경 소설집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와 권여선 소설집 ‘분홍리본의 시절’(이상 창비)이 동인문학상 최종심 후보에 합류했다.
동인문학상 심사위원회(유종호 이청준 김주영 김화영 오정희 이문열 정과리)는 4일 2007 동인문학상 5차 심사독회를 갖고 이들 두 작품을 10월에 열리는 최종심 후보에 포함시키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최종심 후보작은 ‘웨하스’(하성란),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이기호), ‘백치들’(김숨), ‘제비를 기르다’(윤대녕)를 포함해 6권으로 늘었다.
후보작을 내지 못했던 지난달과 달리 5월 독회는 처음부터 후끈 달아올랐다. 4월 출간된 은희경 소설집 ‘아름다움…’은 검토 단계를 거치지 않고 곧장 본선에 올라 그 열기를 주도했다. 소설집에 들어 있는 단편 ‘아름다움…’은 사생아로 태어난 뚱뚱한 남자가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다이어트에 돌입하는 내용을 다룬 작품이다. 다이어트 정보를 오이디푸스의 살부(殺父)신화에 접목하는 독특한 착상과 존재의 본질적 허무를 파고드는 묵직한 주제의식에 대해 심사위원단은 “역시, 은희경답다”는 반응을 보였다.
“다이어트 방법이라는 정보에 대한 설명이 많이 포함됐음에도, 지식으로 겉돌지 않고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내용과 유기적으로 통합됐다.”(유종호), “당대적 삶에 충실하며 그곳에서 어떤 징후를 읽어내려고 하는 작가의 문학적 노력을 높이 살 만하다.”(오정희), “그냥 무심히 읽으면 무슨 말인지 모르게 해 놓고는, 정신차리고 읽는 독자에게만 숨어 있는 재미를 드러내 보여주는 작가의 수법이 놀랍다.”(김주영)
이청준 위원이, “자기 상처를 드러내는 이야기인데 읽는 독자로서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능수능란한 소설의 도사”라면서도 “지나치게 정보가 많이 들어간 것 아니냐”는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유종호 위원이 “미운 놈 고운 데 없고, 고운 놈 미운 데 없다더니 은희경 소설이 딱 그렇다”는 재치만점 옹호론을 펴자 심사위원들은 큰 웃음으로 동의를 표시했다.
통상 1회 검토 후 후보작 포함 여부를 결정하던 여타 작품들과 달리 검토작으로만 두 번 거론되는 어려움을 겪은 권여선 소설집 ‘분홍리본…’에는 위원들의 격려가 이어졌다. “두 달이나 검토한 덕에 여러 번 읽었다. 처음 읽을 때와 다시 읽을 때의 맛이 매번 다른 독특하고 매력적인 작품이다.”(김화영), “사건이 서술의 중심이 되지 않고 서술 자체가 소설을 이끌어 간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는 소설의 완성에 독자의 참여를 요구하는 당찬 면이 있다.”(이청준)
오정희 위원은 “은희경이 치밀한 계획으로 소설을 풀어간 반면, 권여선은 의지로 소설을 밀어붙인다”는 말로 두 여성 작가의 차이를 주목하기도 했다.
심사위원들은 등단 후 10년간 장편만을 썼던 이명랑이 선보인 첫 소설집 ‘입술’(문학동네)과 소외당한 이들의 삶을 진지한 서사와 따뜻한 감성으로 묘파했다는 평가를 받는 김서령 작품집 ‘작은 토끼야 들어와 편히 쉬어라’(실천문학사)를 6차 독회에서 검토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