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 나선 공화당 주자들 간의 첫 합동토론회가 3일 저녁(현지시각) 캘리포니아주 시미밸리에 있는 로널드 레이건(Reagan) 전 대통령 기념도서관에서 열렸다. 장소부터 ‘현대 공화당의 정신’으로 추앙받고 있는 레이건 전 대통령의 후광(後光)을 기대하는 분위기를 반영했다. 주자들은 90분 토론회에서 한결같이 자신을 레이건 전 대통령의 대내외 정책을 따르는 사람으로 자리매김했다. 여론조사상 공화당 내 3위를 달리는 미트 롬니(Romney) 전 매사추세츠 지사는 “레이건 대통령은 낙관주의자였고, 미국이 더 강하고, 내일은 오늘보다 나을 것으로 믿은 사람”이라며 “그것이 바로 오늘날 공화당이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레이건 전 대통령의 부인인 낸시(Nancy) 여사는 토론회 내내 방청석에서 이를 지켜봤다.

공화당 후보들은 미국 내 최대 이슈인 이라크전 개전(開戰)과 명분을 한결같이 옹호했고, 이라크에서의 철군도 “끔찍한 실수”가 될 것이라고 반대했다. 당내 여론조사 선두주자인 루돌프 줄리아니(Giuliani) 전 뉴욕시장은 “9·11 테러 직후 부시 대통령의 테러리스트들에 대한 대응은 강력했고 정당했다”면서 “역사는 그렇게 부시 대통령을 기억할 것”이라고 변호했다. 하지만 존 매케인(McCain) 상원의원은 이라크전을 지지하면서도 부시 대통령의 전쟁수행 방식은 “대단히 잘못됐고, 나라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부시 이후’ 공화당의 이념과 정책을 설정하는 데서는 제각각이었고 대립했다. 낙태·줄기세포연구·불법이민자·진화론 등 보수층의 이념과 직결된 사안에서는 주자들마다 크게 견해가 어긋났다. 샘 브라운백(Brownback) 상원의원과 톰 탄크레도(Tancredo) 하원의원은 “나는 진화론을 믿지 않는다”고 밝혔고, 줄리아니 전 시장은 다른 주자들과 달리 낙태를 찬성하는 입장을 유일하게 재확인했다. 다만 줄리아니는 “대법원이 과거의 낙태허용 판결을 뒤집는다 해도 괜찮다”며 모호한 입장을 취했다. 또 줄기세포 연구에 연방자금을 지원하는 문제에서 매케인만 찬성을 표시하고 다른 주자들은 모두 반대했다.

이들 후보는 감세(減稅)정책을 지지하고, 불법이민자들에게는 시민권을 줘서는 안 된다(매케인만 다른 입장)고 주장하는 등, 민주당과는 뚜렷이 각을 세웠다. 매케인은 ‘미국은 오사마 빈 라덴을 언제까지 추적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나는 지옥의 문까지 그를 쫓아갈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