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海동해를 어떻게 표기할 것인지를 논의할 국제水路수로기구(IHO) 총회가 7일부터 모나코에서 열린다. IHO는 세계가 지도 제작 지침서로 쓰는 ‘해양과 바다의 境界경계’를 만들고 있다. 이 책이 1929년 1판부터 1953년 3판까지 동해를 ‘일본해(Sea of Japan)’로 표기해 왔기 때문에 세계 각국의 지도도 이를 본받아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해 왔다.
IHO는 한국이 이 같은 ‘일본해 표기’의 문제점을 지적하자 2002년 이번에 만들 ‘해양과 바다의 경계’ 4판에서는 ‘일본해’라는 이름을 삭제하고 빈칸으로 두는 방안을 회원국 투표에 부쳤다가 한 달 만에 투표를 중단했었다. 일본의 강력한 로비에 IHO의 생각이 흔들렸던 탓이다. 그후 5년 만에 다시 한·일 두 나라가 동해 표기문제로 맞붙는 것이다.
우리 입장은 ‘동해(East Sea)’와 ‘일본해’를 倂記병기하거나 최소한 공란으로 두자는 것이다. 18세기까지 일본을 포함한 대부분 나라의 지도가 ‘동해’나 ‘조선해’로 표기했다. 日帝일제 때 주권을 빼앗기면서 바다 이름도 빼앗긴 것이다. IHO는 1974년 바다 이름을 놓고 국가간 분쟁이 있으면 이름을 병기한다고 결의했다. 우리의 ‘병기’ 주장은 역사적으로나 국제법적으로나 근거가 충분하다. 그런데도 일본은 국제사회에 익숙해진 표기를 바꿀 수 없다는 입장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그 동안 IHO의 권유로 한·일 대표가 다섯 차례나 만났지만 아무 성과가 없었다.
일본 정부가 이번 총회를 앞두고 IHO 회원국과 전문가에게 공식 서한 등을 보내 집요한 설득작업을 벌인 데 비해 우리 정부의 대응은 너무 소극적이다. 이 일을 민간 단체인 동해연구회에 맡겨 놓은 채 뒷짐만 지고 있었다. 대통령은 2006년 한·일 정상회담에서 동해를 ‘평화의 바다’로 부르자는 난데없는 제안을 해 혼선을 빚기까지 했다.
이번 총회에서 ‘해양과 바다의 경계’ 4판에도 일본해 표기를 계속 유지하도록 결정할지 모른다는 어두운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렇게 되면 앞으로 5판을 만들 때까지 다시 몇 십년 간 동해 표기를 바로잡을 기회는 없다. 정부와 민간 대표들은 일본해 표기를 삭제하거나 아니면 4판에 실릴 내용 결정을 다음 총회로 미루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