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이들이 조금 슬픈 표정만 지어도 시청자들 눈에는 눈물이 고인다.
MBC 수목드라마 ‘고맙습니다’에서 수혈을 받다 에이즈에 감염돼 동네 사람들과 또래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는 ‘봄이’. 그리고 KBS 주말드라마 ‘행복한 여자’에서 부모가 이혼한 후 태어나 아버지의 존재를 모른 채 자라다, 최근에야 친부가 누구인지 알게 된 ‘은지’.
친구들에게 에이즈를 옮기지 않기 위해 비옷을 ‘요술코트’라고 믿고 늘 비옷만 입고 다니는 봄이와, 놀이공원에서 또래 아이들이 ‘아버지’를 부르는 장면을 부러운 듯 물끄러미 바라보는 은지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더 이상 시청자로서만 남아 있을 수 없었던 모양이다. 에이즈에 대한 사회의 편견에 격분하고, 은지 엄마(윤정희)가 한없이 착한 태섭(김석훈)이 대신 비록 바람 피우다 이혼을 당한 못난 사람이더라도 은지를 위해 은지의 친부인 준호(정겨운)와 재결합했으면 하는 의견이 쏟아진다.
■‘서 여사’ 서신애
봄이 역할을 맡은 서신애(9)양은 어느 날이고 창문을 열어 골목길을 내려다 보면 꼭 한두 명은 비슷한 얼굴을 볼 듯한 평범한 인상. 하지만 그 얼굴에 담기는 표정은 어느 연기파 배우와 견줘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다양하고 자연스럽다. 촬영장에서 ‘신애야!’보다 ‘서 여사’라고 불리는 경우가 더 많다. 아역배우가 아닌 여배우 반열에 올랐다는 평까지 나온다.
극중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신구) ‘미스터 리’에게 햄버거가 초코파이보다 1000배는 맛있다며 권하는 장면이 생각나 “햄버거를 좋아하나 보네” 하고 물었더니, 신애는 바로 좋아하는 음식 이야기로 들뜬다. 햄버거는 좋아하지 않고 치킨을 좋아한단다. 치킨 중에서도 프라이드치킨 보다는 양념치킨을 좋아한다는 이야기까지 들어야 했다. 9살짜리 ‘여배우’와의 인터뷰는 “잘 놀아주고 그림도 그리고 만들기도 같이 해주는 장혁(극중 민기서 역)이 제일 좋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 끝났다.
신애의 ‘연예계’ 생활은 “나도 TV에 나오고 싶다”는 딸의 말을 들은 어머니 김수진씨가 인터넷에 사진과 프로필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세제와 우유광고의 아역으로 나오면서 주목을 받았고, 영화 ‘미스터 주부 퀴즈왕’, ‘눈부신 날에’ 등에 잇따라 캐스팅되더니 연기력을 인정 받아 드라마 ‘고맙습니다’까지 이어졌다. 지금은 연예기획사 ‘싸이더스HQ’ 소속이다.
많은 대사를 외고, 그에 따른 표정 연기를 하는 것을 돕는 것은 어머니 김수진씨 몫이다. 감성이 풍부해 ‘봄이’가 처한 상황을 어머니가 설명해주면 금방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단다. “아이들은 반복을 싫어하잖아요. 중요한 장면인데 NG가 많이 나서 신애가 싫증을 내면 그땐 제가 직접 울어서 아이를 울려요. 가끔 극중 ‘봄이’가 울고 있을 때 카메라 뒤쪽에서는 제가 울고 있죠.(웃음)”
■첫 출연에 대박 낸 박사랑
‘행복한 여자’에서 ‘은지’ 역을 맡은 박사랑(4)양은 드라마 출연이 처음이다. 사랑이가 살고 있는 곳은 경남 진주. 세 살 무렵 사랑이의 돌 사진을 찍었던 스튜디오에서 “부산에서 아기 모델 선발대회가 열리는 데 참가해보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받아 접수했다. 그 대회에서 대상을 받았고, 잡지사나 아동복 회사의 모델로 활동을 시작했다.
“‘행복한 여자’에서 여주인공 이지연(윤정희)의 딸 역할을 할 아역 배우가 필요하게 돼 오디션을 실시했는데 감독님 마음에 드는 아역배우가 없었대요. 우연히 같은 드라마에 출연하는 다른 아역배우 어머니가 사랑이를 추천했는데 감독님이 바로 캐스팅을 결정하셨죠.” 어머니 조주화씨 자랑이다.
크고 맑은 눈을 가진 사랑이는 대번 시청자들의 눈에 띄어 인터넷에 팬 카페가 만들어졌다. 극중 ‘은지’를 둔 이지연과 전남편 최준호의 갈등이 커지면서 사랑이는 일주일에 5일 동안 촬영 스케줄이 잡힐 만큼 비중 있는 역할이 됐다. “얼마 전 떠나는 아빠를 울며 붙잡는 장면을 촬영했는데 사랑이의 컨디션이 너무 안좋아서 계속 NG가 났어요. 중요한 장면이라 건너 뛸 수도 없어서 스텝과 주연배우들이 빽빽한 스케줄 속에서도 촬영을 하루 연기했죠.” 지하철을 타면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아져 사랑이에게 말을 거는 사람들이 가끔 있다고 한다. 그럴 때 사랑이는 영문을 모르겠다는듯 “저를 어떻게 아세요?”라고 되물어서 지하철 안을 한바탕 웃음의 도가니로 빠뜨린다고 한다.
곧 어린이날. 두 아역 배우에게 어린이날 받고 싶은 선물을 물었더니 사랑이는 전화기를 원했다. 어머니는 장난감 휴대폰을 사 줄 생각이라고 했다. ‘고맙습니다’ 감독은 신애에게 “뭐든 사줄테니까 받고 싶은 게 뭐야” 라고 물었다가 “피아노요!”라는 대답을 듣고는 귀가 먼 듯 못들은 척하고는 신애와 눈이 마주칠까 전전긍긍. 어머니는 신애가 진짜 욕심내는 물건은 공효진씨가 촬영장에서 짬이 날 때마다 하는 게임기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