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아저씨들하고 몸싸움을 하면서 촬영했어요. 평생 잊지 못할 짜릿한 경험이었죠.” 전주예술고등학교 조용욱(18)군은 제8회 전주국제영화제(JIFF)를 통해 ‘아마추어 기자’로 데뷔했다. 조군은 지난 달 26일 친구들과 함께 전북 전주 ‘한국 소리문화의 전당’에서 열린 영화제 개막행사에 참석해 말로만 듣던 스타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행사 4시간 전부터 좋은 자리를 찾았지만, 취재진이 몰려들면서 ‘명당’ 자리는 주요 언론사의 차지가 됐다. 힘으로 밀고 들어가 자리를 빼앗아 보려고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그래도 포기하진 않았다. 결국 조군과 친구들은 주변의 간이의자를 높이 쌓아놓고 그 위에 올라가 촬영을 시작했다.
영화제 홍보대사인 영화배우 이태성의 멋진 귀걸이가 자세히 보니 ‘귀밑에 붙이는 멀미약’이라는 내용의 짧은 동영상을 찍어 가까운 PC방에서 편집을 마쳤다. 이 동영상 UCC는 전주영화제 관련 기사와 함께 주요 포털사이트에 게시됐고, 수만 클릭을 기록했다. 조군은 “내가 만든 영상이 많은 네티즌에게 보여졌다는 사실이 신기할 뿐”이라며 즐거워했다.
동영상 사이트 키위닷컴(www.keywui.com)은 전주국제영화제에 계원예고·부산영상고·전주예고 학생 50여명으로 구성된 고교생 영상블로거 기자단을 파견했다. 현장에서 대구여상·대전여상·전남여상·전주여상·이화여대병설미디어고교 학생들까지 자발적으로 합류해 영상블로거기자단은 150여명 규모로 커졌다.
키위닷컴은 영상블로거 기자단에게 HD(고화질) 촬영용 방송장비를 대여하고 각종 취재지원을 했다. 이들은 지난달 26일 개막식부터 4일 폐막식까지 전주시내 곳곳을 누비며 동영상 UCC(사용자 제작 콘텐트)를 제작하고 있다.
고교생들은 담당 교사와 상의하면서 동영상 뉴스 아이템을 직접 선정하고 촬영, 편집한 뒤 인터넷을 통해 전주영화제 소식을 전파한다. 전주예고 김용선(47)교사는 “현장에서 영화인들의 이야기를 듣고 스스로 UCC를 제작하는 과정이 교실에서 이론 수업을 듣는 것 못지 않게 교육효과가 클 것”이라고 기대했다.
계원예고 염지민(18)군은 전주국제영화제 자원봉사단 ‘JIFF지기’의 활동을 UCC로 제작해 널리 알렸다. 동영상 제목은 ‘보이지 않지만 중요한 사람들’. 염군은 화려한 영화제가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하는 JIFF지기의 모습을 담기 위해 3일 동안 카메라를 들고 다녔다. 그는 “아무 대가 없이 자원봉사를 하는 전주 시민들의 모습에 놀랐다”며 “다른 영화제에 참석하더라도 자원봉사자에겐 더욱 친절하게 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부산영상고 박지은(18)양은 개막작인 ‘오프로드’의 한승룡 감독을 인터뷰했다. ‘오프로드’는 전직 은행원 택시기사와 3류 은행강도가 펼치는 다양한 이야기를 담은 저예산 영화. 한감독은 저예산 영화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방법과 영화를 전공하는 어린 학생들에 대한 당부를 전했다.
박양은 학교에 돌아가면 전주에 오지 못한 친구들과 함께 동영상 UCC를 돌려보면서 영화감독의 꿈을 키울 작정이다. 박양은 “영화 한편이 만들어지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수고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오후엔 고교생 영상블로거 기자단을 인솔한 교사들의 간단한 미팅이 있었다. 이들은 어린 영화인들의 만남이 계속되도록 정기적인 공동작업을 하자고 약속했다. 이화여대병설미디어고 박상원(42) 교사는 “오는 10월 부산국제영화제에도 6개 특성화 고등학교 학생들이 영상블로거 기자단으로 참여해 UCC 뉴스를 생산할 계획”이라며 “각종 영화제 현장에서 UCC로 활동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기대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