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잊지 못할 선물은 무엇일까? 우리는 선물보다 그것을 건네준 사람의 마음과 추억을 잊을 수 없는지 모른다. 신세계 구학서 부회장, 김영사 박은주 사장, 정신과 전문의 출신의 오페라 평론가 박종호씨, ‘피겨 요정’ 김연아 선수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선물에 대해 물어봤다.

신세계 구학서 부회장

구 부회장은 “상주중앙국민학교(초등학교) 입학할 때 앞집 아저씨가 만들어주신 신발주머니가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한복집을 하던 아저씨는 제 얼굴이 둥글둥글하고 훤하게 생겼다고 귀여워해주셨어요.” 구 부회장은 “그때는 전쟁 직후라서 물자가 귀했다”면서 “검정 고무신에다 맨발로 다니던 시절인데 신발주머니가 생겨 너무 좋았다”고 회상했다. 책도 가방 대신 보자기에 싸서 허리에 두르고 다녔고, 망가진 탱크에서 베어링을 주워다 쇠구슬치기를 하던 시절이었다.

구 부회장은 “친구들에게 자랑하기 위해 신발주머니를 휘두르고 다녔다”면서 “별로 내세울게 없었던 제게 큰 자랑거리였다”고 말했다.

박종호 오페라 평론가

박씨의 기억은 중학교 1학년 때로 거슬러 올라갔다. “어머니가 하루는 75장짜리 세계 명곡대전집을 사오셨어요. 저는 학교가 끝나면 집으로 달려와 LP판을 하나씩 들으며 재미를 느꼈습니다.” 그런데 둘째 누나가 시집 가면서 전집을 가져가버렸다고 한다. 박씨는 “어머니가 다시 75장짜리 전집을 사오셨지만 막내 누나가 시집을 가면서 들고 가버렸다”고 말했다. 박씨는 서운한 마음을 달래고 있을 때 어머니가 세번째로 대전집을 사오셨다고 말했다. 박씨의 생일이었다. 그는 “전집에는 베토벤의 교향곡 중 4번과 7번이 빠져있었다”면서 “제 돈으로 사서 들으면서 클래식 레코드 수집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어머니가 사주신 명곡대전집으로 예술을 좋아하는 아이가 됐어요. 음악 관련 책을 5권이나 쓰고요. 지금의 제가 있게 해준 상징적인 선물이었습니다.”

김영사 박은주 사장

박 사장은 2장의 CD를 말했다. "2년 전 안 고문님이란분이 회사를 퇴임하면서 CD 2장을 주셨어요. 70·80년대 유행한 팝송이었는데 '뷰티풀 선데이' '캘리포니아 드리밍' 등이 들어있었어요." 박 사장은 "대학 시절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면서 맥주집을 가거나 찻집을 찾아다녔다"면서 "긴 생머리에 청바지를 즐겨 입는 학생이었다"고 밝혔다.

“수학과였지만 부전공으로 철학을 택한 진지한 아이였어요. 모든 진리를 다 삼키고자 하는 열망이 있었어요. 가장 심취했던 사람은 서양철학자 스피노자였습니다.” 그는 “선물 받은 CD가 대학 시절의 낭만과 환희를 되살려주고 있다”고 말했다.

피겨 스케이팅 선수 김연아

김연아 선수는 3월 일본 도쿄에서 열렸던 세계선수권대회를 마치고 인천공항에 도착했을 때 인터넷 팬 카페 회원이 준 인형 2개를 꼽았다. “30㎝쯤 되는 하얀색 테디 베어 인형에, 제가 입었던 경기복 2벌을 본뜬 ‘미니 옷’을 입힌 것이었어요. 검은색과 빨간색이 섞인 탱고 의상(쇼트 프로그램), 옅은 푸른색 의상(프리 스케이팅)에 반짝이까지 붙여서 너무 비슷하게 만드셨어요.” 김 선수는 “인형 선물은 자주 받지만 이번처럼 마음을 사로잡은 건 처음”이라면서 “세계대회에서 3등을 하던 순간을 떠올리게 해 더욱 특별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