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계에 ‘별종’이 나타났다. 성균관대 4학년 김진국(22)이다. 단거리(100m, 200m) 대학 랭킹 5위권 선수다. 그는 최근 한 실업팀의 입단 제의를 뿌리쳤다. “기록 경신이라는 원초적인 목표를 상실한 채 육상을 ‘밥벌이 수단’으로 삼는 선수가 되기 싫다”는 게 그 이유다. 철저히 기록과 성적에 따라 보수를 받는 프로가 되는 게 그의 꿈이다. 육상이 비인기 종목인 한국에서, 게다가 국제 경쟁력이 가장 떨어지는 단거리에서 홀로서기를 하겠다는 꿈이 좀 황당해 보인다.
담배를 끊었다
여자친구와 헤어졌다
실업팀서 오라는데 안갔다
100m 한국新 깨 보려고
작년까지 100m, 200m에서 한 번도 우승한 적이 없었던 그는 올 시즌 처음 열린 대학육상연맹대회에서 국가 대표인 이준우, 조영욱(이상 한체대)을 모두 꺾으며 100m(10초64), 200m(21초36) 개인 최고 기록을 세웠다. 400m 계주에서는 28년 묵은 100m 한국 기록(10초34)을 깰 수 있는 선수로 꼽혔던 전덕형(충남대)에게 역전승하기도 했다.
인기 그룹 ‘DJ DOC’의 김창렬의 외모를 닮은 그의 도전적인 눈빛에서는 반항아 기질이 엿보인다. 실제로 그는 지난해 여름까지만 해도 방탕한 생활을 했다. 1주일에 서너 번 술을 마시고, 졸린 눈으로 연습을 하다가 적당히 시간을 때우는 ‘가망 없는’ 선수였다. 담배도 입에 달고 살았다. 감독이 수시로 야단을 쳐도 소용 없었다.
그건 반항심의 표현이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육상을 시작한 김진국의 어렸을 적 꿈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뒤 ‘하느님께 영광 돌린다’는 인터뷰를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의 꿈을 꺾고 또 꺾었다. “위로 갈수록 주변에서 내 꿈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하데요. 육상 선수는 대충 하다가 끝나는 것이고요.” 육상을 왜 하는지, 스스로를 납득시킬 수 없었던 그를 180도 변신시킨 것은 일본 중거리 선수 출신인 김나라(32·일본명 마도카)씨였다. 지난해 초 성균관대 육상팀의 일본 전지훈련 때 통역을 한 게 인연이 돼 성균관대 육상팀 매니저를 맡은 김씨는 김진국에게 어렸을 적 꿈을 되살려줬다. 육상의 재미를 느끼게 해줬다. 자기 기록과 실력을 내걸고 돈을 받고, 스스로를 스타로 만들 수 있는 선수를 찾던 김씨는 김진국과 의기투합했다. 제대로 운동을 하겠다고 결심한 김진국은 지난해 가을 여자 친구와 헤어졌다. 담배도 끊었다.
김진국은 올 6월 일본 도카이대로 유학을 떠난다. 가을 전국체육대회 때 잠시 귀국하는 것을 빼곤 줄곧 일본에서 훈련할 계획이다. 도카이대는 일본 국가대표 선수를 여럿 배출한 육상 명문이다. 아버지가 용돈을 보태주겠다고 했지만 생활비는 아르바이트와 개인 후원금을 통해 마련할 계획이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어렵게 되살린 꿈이 완전히 허사가 될 것 같아요.”
그의 올해 목표는 100m 10초4대, 200m 21초1대 기록 수립이다. 내년에는 한국 기록을 깨려고 한다. 당면 과제는 28일 고양에서 개막하는 종별선수권대회 3관왕이다. 물론 우승보다 더 중요한 게 기록 단축이다.
◇김진국 약력
1985년 4월8일 출생 1m82 69㎏
고양시 백마초등학교 4학년 때 육상 시작
고양 저동중학교, 경기체고 때까지 세단뛰기 선수
성균관대 진학 후 100m, 200m, 400m, 1600m 계주로 출전
올 대학연맹대회에서 처음 100m·200m 우승
개인 최고 기록 100m 10초64, 200m 21초36
한국 최고 기록 100m 10초34(1979년), 200m 20초41(1985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