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김승연(55) 회장이 아들을 폭행한 술집 종업원들에게 직접 폭행을 가했다는 ‘보복 폭행 사건’에 대한 관계자들의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김 회장의 아들과 술집 종업원들과의 몸싸움, 김 회장 일행이 술집 종업원들을 서울 서초구 인근 청계산으로 끌고가 폭행을 가한 의혹, 김 회장이 술집까지 찾아가 종업원에게 보복을 했다는 의혹 등은 모두 지난달 8일에 발생했다. 피해자와 목격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사건의 전말은 다음과 같다.

◆사건의 발단=이 사건은 지난 3월 8일 새벽에 벌어진 서울 청담동의 G가라오케에서 벌어진 작은 충돌에서 시작됐다. 서울 북창동 S유흥주점 조모(34) 전무 등 4~6명은 이날 일을 마치고 단골 술집인 G가라오케에 들렀다. 당시 이 술집에선 미국 예일대에서 유학 중이다 한국에 들른 김 회장의 둘째 아들이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있었다.

시비는 G가라오케 화장실 앞에서 발생했다. 조씨는 김 회장의 아들이 계속 째려보는 등 거슬린다는 이유로 뺨을 때렸고 김씨가 넘어졌다. 싸우는 과정에서 김 회장의 아들이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 눈 주위를 10여 바늘 꿰매는 상처를 입었다. 김 회장의 아들은 “내가 누구인지 알고 때리느냐”고 따졌지만 이들은 “네가 누군데?”라며 무시했다.

◆1차 보복 폭행=김 회장은 아들이 맞았다는 소식을 이날 초저녁에 들었다. 이후 김 회장은 아들을 때린 종업원 색출을 직접 지휘했다. 김 회장은 아들과 경호원 17명을 데리고 차량 6대에 나눠 타고 청담동 G가라오케를 찾아갔다. G가라오케 직원들을 다그쳐 아들을 때린 사람들이 북창동 S유흥주점 종업원임을 파악한 뒤 이들을 불러냈다. "찾아 와서 정중히 사과하라"는 것이었다.

S유흥주점 종업원 5명은 사과를 하러 오후 8시쯤 G가라오케에 도착했다. 하지만 당시 김 회장 아들을 때린 S유흥주점 전무인 조씨는 “바쁘다”는 핑계를 대고 그곳에 가지 않았다.

김 회장측은 사과를 하러 온 종업원들을 강제로 차에 태워 서울 서초구 인근 청계산 자락의 한 공사터 창고로 끌고 갔다. 불도 없는 어두운 곳이었다. 누군가가 라이터를 켜며 얼굴을 비췄다. “아들을 때린 사람이 누구냐”고 물었고, 종업원들의 양팔을 경호원들이 붙잡았다.

검은 장갑을 낀 김 회장은 “내 아들이 눈을 맞았으니 너도 눈을 맞으라”며 눈을 집중적으로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호원들은 쇠파이프와 전기 충격기도 들고 있었다. 경호원들은 “손목을 잘라버리겠다”며 위협했고, 삽으로 땅을 파면서 “파묻어 버리겠다”고도 했다. 폭행을 당한 종업원의 한 동료는 “그들이 돌아왔을 땐 온몸에는 흙이 잔뜩 묻어 있었다”며 “맞고 돌아온 이가 ‘숨도 못 쉴 정도로 공포스러운 분위기였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종업원은 “나는 진짜 때린 사람이 아니다”고 실토했다. 김 회장은 주범을 찾기 위해 곧바로 북창동으로 향했다.

◆2차 보복 폭행=이날 밤 10~11시 사이 김 회장은 아들과 경호원들을 대동해 북창동 S유흥주점에 도착했다. 당시 BMW, 에쿠스, 체어맨 등 고급 차량 6대 가량이 S유흥주점 앞과 주차장에 차를 댔다.

차에서 가장 먼저 내린 사람은 등산복 차림에 모자를 눌러쓴 김 회장이었고, 정장을 입은 경호원 6~7명이 그 뒤를 따랐다. 이들은 전기봉을 수건으로 가린 상태로 술집으로 향했다. 나머지 건장한 체격의 남자들이 골목 곳곳에 위치했다.

현장을 목격한 인근 상점 주인은 “당시 잘 아는 형사한테 전화해서 ‘북창동이 난리났다’고 알렸다”고 말했다.

경호원 10여명은 순식간에 술집을 장악했다. 김 회장은 “아들을 때린 놈이 누구냐” “북창동 다 없애버리겠다” “여기서 무릎을 꿇을래? 아니면 문 닫을래?”라고 소리쳤고, 깜짝 놀란 종업원들은 계단과 복도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김 회장은 룸 안으로 S유흥주점 조 전무를 불렀고, 뺨을 3대 때렸다. 이때 김 회장이 권총처럼 생긴 것으로 조 전무의 머리를 겨누었다는 말도 있다.

김 회장은 아들에게 “맞은 만큼 때리라”고 했다. ‘퍽’ ‘퍽’ 하는 소리가 룸 밖에까지 들려 왔다.

◆경찰, 현장 왔다가 그냥 돌아가

밤 12시가 넘은 시각, 누군가 112 신고를 했는지 경찰이 S유흥주점에 들어왔다. 경찰은 "신고한 사람이 누구냐"고 물었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사장은 "우리 직원들끼리 싸웠다"고 둘러댔다. 얼굴이 벌개진 조 전무와 또 다른 종업원 김모(28)씨는 경찰에게 자기들끼리 싸웠다고 말했고, 경찰은 룸 몇 개를 열어본 후 자리를 떴다. 폭행이 끝난 후 김 회장은 폭탄주를 만들어 주면서 "남자답게 화해했으니 없던 일로 하자"고 제안했고, 술값 명목으로 100만원을 주고 현장을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