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원 군사전문기자

“중앙 정부가 자치단체와 아무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혐오시설’이라고 할 수 있는 군사시설을 받으라 한다.”

김문수(金文洙) 경기지사가 지난 20일 한 조찬 모임에서 한 말이다. 수많은 군부대를 안고 있는 경기도의 최고 책임자가 군 부대를 ‘혐오시설’이라고 표현한 데 대해 이런저런 말들이 많다. 그는 이 모임에서 “하이닉스에서 나오는 구리 양보다 6700명의 (특전사) 군인이 와서 오염을 시키는 것이 더 심하다”는 말도 했다.

과연 군부대는 주민들에게 부정적인 영향만 끼치는 혐오의 대상인가. 경기도 이천시로 이전하는 것으로 발표된 뒤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는 육군 특전사의 경우를 살펴보자. 특전사는 우리 군의 최정예 전략 부대다. 그만큼 국민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준다. 특전사는 이런 인상의 덕을 보는 경우도 있지만 손해를 보는 때도 많다. 예를 들면 “술 먹고 행패를 부리는 사람이 많지 않을까” 하는 식의 걱정이다. 상부의 지시로 27년 전인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진압작전에 마지 못해 투입된 ‘원죄(原罪)’ 아닌 ‘원죄’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 특전사 부대원들이 민간인에 대해 피해를 입히는 사고를 일으키는 경우는 여느 부대에 비해 오히려 적다고 한다. 최근 2년간 경미한 사고를 제외하곤 총기사고, 폭행치사, 일반강력 사고 등과 같은 군기(軍紀)사고가 없었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특전사는 부사관 등 직업군인의 비중이 높고 모집해서 뽑는 병사의 경우도 2.5~3.4대1의 높은 경쟁률을 보인다”고 말한다. 해외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거나 받고 있는 동티모르 상록수부대와 이라크 자이툰 부대에서도 모두 특전사가 중심에 있다. 이들 부대의 작전은 모두 총을 쏘며 싸워 적을 무찌르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을 상대로 민사(民事) 작전을 벌이거나 부서진 건물을 복구하는 등 ‘부드러운’ 것이었다.

주민들의 주머니 사정과 직결되는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도움되는 점이 많다는 것이 군 당국의 설명이다. 대규모 부대 시설을 새로 짓는 데 따른 생산유발 효과는 2010년까지 3600여억원, 부대 이전 후 부사관·장교를 중심으로 부대원들이 지역에 돈을 쓰는 데 따른 소비지출 효과는 2030년까지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물론 김 지사나 해당지역 주민들이 반발하는 데는 님비 현상만으로 치부하기 힘든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고 본다. 중요 사안에 대해 해당 지자체와 사전 협의가 없었다든지, 대대로 물려받은 생업(生業)의 터전을 떠나야 한다는 것 등이다. 하지만 도정(道政)의 최고 책임자가 공개석상에서 군부대를 혐오시설로 ‘매도’하는 것이 과연 지역 주민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 학생중앙군사학교 등 군 교육기관들은 이전 지역에서 대대적인 환영을 받는 데 비해 특전사는 반대 분위기가 강하자 부대원들이 최정예 부대원으로서의 자부심에 상처를 입고 자괴감까지 느낀다고 한다.

몇 년째 찬반 양측의 갈등만 심화되면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는 제주 해군기지 문제도 도정 최고 책임자의 결단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가안보 중대사인 주요 군 부대 이전 및 기지 건설 문제에 있어 지자체장의 양식 있는 태도가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