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장에 들어서자 맨 먼저 눈에 띈 것은 3층짜리 교사(校舍) 뒤로 펼쳐진 골프연습장 그물이었다. 건물 쪽으로 다가서자 화단이 있을 법한 교정엔 초록이 선명한 세 면의 그린(green)이 있었다. 몇 명의 학생들이 홀을 노려보며 퍼팅 연습을 하고 있었다. 물론 수업시간이었다. 책가방보다 캐디백을 든 모습이 더 자연스럽게 보이는 전남 함평골프고등학교였다.
“교내 골프대회를 여는 학교는 우리밖에 없을 걸요.”
함평골프고는 1년에 세 번 학교장배 골프대회를 연다. 110여명의 골프관리과 학생이 전원 출전한다. 이근형 골프특성화 부장은 “교직원과 학부모, 외부 인사까지 참가하기 때문에 전라남도 대회보다 규모가 크다”고 말했다. 이 부장은 “학년별 대회는 물론 담임배 골프경기가 열리고, 휴일에 기숙사에 남은 학생끼리 퍼팅 대회, 니어핀 대회를 하는 학교”라고 설명했다.
함평골프고는 1929년 개교 이래 오랜 기간 ‘함평농고’로 불리다가 2002년 골프특성화 학교로 변신했다. 지방 인구의 감소와 실업계 고등학교를 외면하는 분위기가 겹쳐 폐교 위기까지 몰린 끝에 찾은 돌파구였다. 기존의 농기계과를 학년 당 1학급으로 줄이고 골프관리과를 신설했다. 올해엔 각 학년에 두 학급씩 110여명의 학생이 골프관리과를 다니고 있다. 전남 지역은 물론 서울과 수도권, 부산, 울산에서도 학생들이 몰려 여러 지방의 사투리가 들리는 것도 함평골프고만의 특별한 풍경이다.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골프 클럽을 직접 제작하고, 잔디와 코스 관리를 체계적으로 배운다. 오전 6시부터 아침 운동을 시작으로 4명의 ‘프로’ 교사들과 함께 오후 자율 훈련과 3시간의 야간 훈련을 한다. 40타석의 인도어 연습장, 28타석의 실내 연습장, 스윙분석실은 항상 문이 열려 있다. 이미 걸출한 졸업생도 배출했다. 지난해 3승을 올리며 한국 여자 골프계를 평정한 신지애가 올해 2월에 졸업했다.
골프를 치는 게 교과과정이기 때문에 수업료 외에 비용이 들지 않는다. 이해관 교장은 “레슨비도 연습장 비용도 없다. 우리 학교를 다니는 건 가장 저렴하게 골프를 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방과 후 연습장에선 스윙 연습에 한창인 선생님들도 만날 수 있다. 이 교장은 “학생이 골프를 치는데 선생님들이 골프를 모르면 어떻게 되겠느냐”며 “골프 연습하면서 학생들 생활지도까지 하니 일석이조”라며 웃었다.
운동장 맞은 편 체육관에선 레슬링 훈련이 한창이었다. 농기계과 소속의 레슬링부 선수들은 유니폼을 입을 때마다 종목과 영 딴판인 학교 이름 때문에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다고 했다. 그러나 1977년 창단한 레슬링부는 함평골프고의 또 다른 자랑거리. 1984년 LA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원기와 1988년 서울올림픽 우승자 김영남, 1989년 세계선수권을 제패한 김종신을 배출했다. 한국 레슬링이 지금까지 올림픽에서 딴 금메달이 총 10개. 함평골프고는 두 명 이상 금메달리스트를 배출한 유일한 학교다. 레슬링부 장태영 감독은 “선배들에 대한 자부심, 전통의 강호라는 긍지가 가득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