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은 정부에 억울한 일을 당해도 '늘 그랬으니까'라며 그냥 넘어갑니다. 하지만 저는 다릅니다. 전 언제든 'No(不)'라고 말하고 항의할 겁니다."요즘 중국 철도부는 골치가 아프다. 3년 전부터 철도부의 잘못을 사사건건 물고 늘어져 온 한 사나이 때문이다. 산시(山西)성 출신의 하오진쑹(35·사진)씨.
중국인들 사이에 ‘철도부 상대 공익(公益) 소송가’로 유명한 그를 22일 만났다. 당당한 체구에 부리부리한 눈을 가졌다. 대학에서 화공학을 전공한 뒤 중국 최대 상업은행인 공상(工商)은행에서 남부럽지 않게 직장생활을 했던 그가 왜 ‘소송 전쟁’을 시작했을까.
“2002년 말 은행원일 때 출장차 산시성 타이위안(太原)에서 베이징으로 가는 열차에서 사먹은 4위안(480원)짜리 음료수의 영수증을 요구했다가 ‘그런 거 없다. 유난 떨지 말라’며 퇴짜를 맞았다. 그때 ‘그냥 있어선 안 되겠다, 소송을 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중국에서는 변호사가 아니라도 민사소송 대리를 할 수 있다는 데 용기를 냈다.
다양한 사례 수집을 마친 그는 2004년 10월 “한 달 전에 열차에서 먹은 음식값 100위안짜리 영수증을 못 받아 출장비를 보전 받지 못했다”며 베이징 철도국을 상대로 첫 소송을 냈다. 소송을 내면서 은행도 그만뒀다.
그러나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첫 소송은 ‘증거부족’을 이유로 기각됐고, 연이어 “차표를 반환할 때 무는 수수료 증빙서류를 못 받아 출장비 정산 때 손해를 봤다”며 소송을 냈지만 또 졌다.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당시 풍토에서 법원이 정부 편을 드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마침내 2005년 2월 제기한 4번째 ‘물건값 영수증’ 소송에서 이겼다. 법원은 “베이징 철도국은 영수증을 발급해주라”고 판결했고, 철도부는 이에 철도에서 파는 모든 물건과 공용 화장실 사용료에 영수증을 발급하도록 제도를 바꿔야 했다.
이 일로 그는 일약 ‘유명인사’가 됐다. 내친 김에 작년 9월엔 매년 춘제(春節·설날) 직전 철도부가 열차 요금을 올린 것이 부당하다는 소송도 냈다. 결과는 ‘패소’였지만, 철도부가 “앞으로 춘제에 열차 요금 인상은 없다”고 공표하면서 사실상 승소한 셈이 됐다.
작년부터 그는 아예 '하오진쑹 법률공익망'(www.haojinsong.com)이라는 인터넷 사이트를 만들고, 공익소송 대리인으로 나섰다. 200만 위안(2억4000만원)을 목표로 공익소송 기금도 모금 중이다. 유명해지면서 소송 의뢰가 쇄도하고 있다.
그는 유독 왜 철도부만 물고 늘어질까. 대답은 “자체 경찰과 검찰, 법원까지 갖춘 준(準) 군사기관 격인 철도부가 가장 힘센 기관 중 하나이기 때문”이었다. 그는 요즘 황사피해 소송 외에도 베이징 지하철 8호선 역 구내에 공용화장실을 만들라고 요구하는 소송과, 철도국이 지난해 수익을 높이기 위해 열차표 대행 판매소를 폐쇄한 것을 철회하라고 요구하는 소송도 준비 중이다.
그는 “소송의 승패는 상관없다. 내 목표는 잘못된 공무원들의 관행을 고치고 새로운 입법과 제도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며 “나 같은 사람이 100명, 1000명이 되면 권력을 가진 중국 공무원이나 기업들이 국민을 깔보고 무시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