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음악계의 정상을 누비는 아시아 출신 지휘자는 일본의 오자와 세이지(빈 국립오페라 극장 음악감독), 한국의 정명훈(라디오프랑스 필하모닉) 등 손으로 꼽을 정도다.
여성 지휘자는 더 드물어서, 미국 메이저 오케스트라 역사상 첫 여성 음악감독으로 취임했던 마린 앨솝(볼티모어 심포니) 정도다. 두 개의 조건을 겹쳐 놓은 '아시아 출신 여성 지휘자'는 거의 불모에 가깝다. 거장(巨匠) 로린 마젤로부터 뉴욕 필하모닉의 부지휘자로 낙점받은 중국 출신의 여성 지휘자 시안 장(34)을 세계가 주목하는 이유다.
시안 장은 중국 단둥에서 태어나 베이징 중앙 음악 학원에서 피아노를 전공하였다. 그는 전화 인터뷰에서 "어렸을 때부터 피아니스트가 꿈이었을 뿐 지휘를 하겠다고 특별히 마음먹은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졸업반 때 학교에서 열리는 오페라 공연을 앞두고 지도 교수는 그를 지휘자로 추천했다.
"아마 제 손이 작아서 피아노를 계속 치기엔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하신 것 같아요." 겸손하게 말했지만, 베이징의 오페라 극장에서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을 지휘하며 데뷔 무대를 가진 것이 불과 20세 때였다. 시안 장은 "당시 나이 드신 교수님들은 여성이 지휘한다는 점 때문에 일부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세계 무대에서 그의 활약은 눈부시다. 로린 마젤이 유명 투자자문회사 대표인 알베르토 빌라르와 함께 창설한 '마젤 빌라르 지휘 콩쿠르'에 2002년 입상하며 거장의 지원을 받기 시작했다.
2004년 뉴욕 필의 부지휘자(Assistant Conductor)로 임명된 뒤, 이듬해에는 지위(Associate Conductor)가 한 단계 상승했다. 2005년에는 런던 심포니에도 데뷔했다. 그는 "마에스트로 마젤은 지휘자뿐만이 아니라 젊은 음악인들에게 아낌 없이 관심을 베풀고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고마운 분"이라고 말했다.
음악 전문지 그라모폰은 최근 중국의 클래식 음악 열풍을 보도하면서 "지금까지는 들어보지 못했지만, 앞으로는 반드시 듣게 될 이름"이라며 시안 장을 '중국 차세대 유망 음악가' 5명 가운데 하나로 지목했다.
시안 장은 "직업 음악인이 된 뒤에는 여성이라고 특별히 불편하다거나 차별당한 적은 없었다"고 했다. 중국 음악인들이 세계에서 잇따라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데 대해서는 "개혁·개방 조치가 시작된 1980년대에 이르러서야 재능을 바깥에 알릴 수 있었다. 아직 이름을 알리지 않았을 뿐, 더 많은 음악인들이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기세가 두렵다'고 하자, 그는 "정경화(바이올린), 장한나(첼로)처럼 훌륭한 음악가를 배출해낸 한국을 뒤에서 열심히 쫓아가고 있을 뿐"이라며 웃었다.
시안 장은 오는 29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첫 내한 공연에서는 서울시향을 지휘하며, 로드리고의 '아랑페즈 협주곡'과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5번 등을 들려준다. 차세대 유망주로 함께 선정된 중국의 여성 기타리스트 쉬에페이양이 협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