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영화'란 무엇일까? 성장이라는 장르명은 우선 '성장 소설'이라는 문학 용어와 관련이 있다. 성장 소설은 교양 소설이라고도 불리는 데, 한 아이가 자라나 기존 사회의 관습을 알게 되고 자아 정체성을 확립해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들이다. 성장 영화 역시 유사하다. 대개 성장영화는 십대 청소년들을 주인공으로 삼는다. 혹은 십대 청소년과 다를 바 없이 겉모습만 어른인 인물을 등장시킨다. 그들은 이런 저런 과정을 통해 자신을 찾아가고 자신이 놓인 입지를 확인한다. 그렇다면 '성장 영화'의 계보에 속하는 작품들은 어떤 것이 있으며 왜 많은 작품들은 '성장'에 주목하는 것일까?

'페임', '빌리 엘리어트', '발레교습소', '죽은 시인의 사회', '스탠 바이 미'. 지금 열거한 이 작품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우선 이 작품들에는 아직 성인으로 인증되지 못한 아이들이 등장한다. 키도 몸무게도 어른과 다를 바 없지만 여전히 아이취급을 받는 자들, 그들은 바로 청소년이다. 두번 째 이 영화들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앞으로 자신이 무엇이 될지 그리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것인지 고민한다. 세번 째 아이들은 결국 호된 아픔과 통증을 겪고 '자기 자신'을 찾아낸다.

열거한 작품들은 모두 성장 영화라고 부를 법한 작품들이다. 그렇다면 '성장 영화'는 무엇인가? 성장 영화는 입사 영화라고 말할 수도 있다. 부모와 채 분리되지 않은 인격체로 살아오던 아이들이 자신의 주관과 의지로 세계를 선택한다. 선택한 세계와 대면하는 과정, 그것을 그려낸 작품들이 바로 성장 영화이다.

변영주 감독의 '발레교습소'는 고등학생에서 벗어나 대학생이 될 소년을 주인공으로 삼고 있다. 엄마를 일찍 잃은 주인공은 여전히 아버지와의 갈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런가 하면 '죽은 시인의 사회'는 좀 더 확장된 갈등과 문제 의식을 제시한다. 자유와 즐거움을 설파하는 선생님을 통해 새로운 세계관을 접촉하게 된 아이들은 격렬하게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간다. 한편, '빌리 엘리어트'의 소년 '빌리'는 보수적이며 남성 중심적인 탄광촌에서 편견을 딛고 훌륭한 발레리노로 성장한다. 성장영화 속 주인공들은 육체적 정신적으로 성장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진정한 자기 자신 즉 정체성을 확립하게 된다.

흥미로운 것은 '성장'이 행복한 통과제의 만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때때로 '성장'은 고통이나 환멸이라는 단어를 동반하기도 한다. 더 이상 자라지 않는 기괴한 아이가 등장하는 '양철북'이나 어른들의 세계에서 나쁜 것부터 배우게 된 '개 같은 내 인생'의 소년들이 그렇다. 성장을 한다는 것은 아름답고 화해롭던 순수한 동심의 세계와 결별하고 경쟁과 시기, 협잡과 음모가 난무하는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많은 성장 영화들이 아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해 사회의 일원으로 자리 잡는 과정의 고통과 상처에 주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앙겔로스프키 감독의 '안개 속의 풍경'이나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판의 미로'에서 성장은 아픈 상처로 조형되고 있다. 환타지 영화의 형식을 빌리고 있는 '판의 미로'는 이러한 면모를 잘 보여준다. 자신을 희생해 다른 세계를 구하는 열 한 살 소녀는 순간 순간 아이로서는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들과 마주친다. 맛있는 산해진미가 가득한 식탁을 못 본 채 해야 하고, 무서운 괴물 앞에서 당당하기도 해야 한다. 어린 시절 들었던 전래 동화 속 세계처럼 '판의 미로'에 그려진 성장통은 아프고 힘겹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문학박사

자아 정체성의 확보, 순수한 세계와의 결별, 아픔과 상처. ‘성장 영화’ 속에서 다뤄지고 있는 성장의 세부 사항들은 모두 그만큼 한 아이가 어른으로 성장하는 것이 힘겹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회의 가르침과 자기 단속 속에서 아이는 고치를 벗고 어른으로 자라난다. 오랜 세월 지속되어온 ‘성장’의 모티브는 성장의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보여준다. 성장 영화 속에는 인류의 오래된 조언이 숨어 있는 셈이다.

더 생각해보기

① 기억에 남은 성장 영화들을 열거해보자.

② 성장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일까? 영화를 예를 들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보자

③ 18세기 서양의 교양 소설 중 많은 것이 성장 소설이다. 영화와의 연관성을 생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