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년 케네디 대통령은 하버드대 근처에 자신의 기념관을 지을 땅을 보러 다녔다. 퓨지 총장이 하버드 출신 케네디에게 “모교에 기념도서관을 짓자”고 했던 것이다. 총장은 당시 40대인 케네디가 재선 임기를 다 마쳐도 한창 일할 나이여서 그를 하버드에 오래 붙들어둘 심산이었다. 케네디도 은퇴 후 고향에 살며 자기 이름을 딴 도서관에서 책 읽고 글 쓰며 살고 싶었다.

▶보스턴에 도서관 지을 자리를 결정한 지 몇 달 지나지 않아 케네디는 암살됐다. 하버드에 케네디 도서관을 짓는 계획은 취소됐고 대신 행정대학원이 ‘케네디 스쿨’로 이름을 바꿨다. 프린스턴대 ‘우드로 윌슨 스쿨’도 동문이자 총장이었던 윌슨의 이름을 딴 대학원이다. 미국엔 미시간대 ‘포드 스쿨’, 스탠퍼드대 ‘후버 연구소’, 텍사스대 ‘존슨 대학원’처럼 대통령 이름을 딴 학교가 많다. 대부분 공공정책과 국제문제를 연구하고 가르친다.

▶대통령 이름을 딴 학교가 그 지도자의 정신을 전수하는 곳이라면 기념도서관은 관련 자료와 기록을 보존하는 장소다. 2004년 개관한 아칸소주 클린턴 도서관에는 사진 200만점, 종이기록 8000만쪽이 소장돼 있다. 화면으로 대통령 모습과 목소리를 들려주고 손때 묻은 책상과 옷들을 전시해 친근하다. 살아 있는 역사교과서인 셈이다. 이런 기념도서관을 지닌 미국 대통령은 43명 중 12명뿐이다.

▶노무현 대통령 기념관을 퇴임후에 고향인 김해의 인제대에 설립하는 방안을 청와대와 대학측이 협의 중이라고 한다. 재임 중에 모은 정책자료와 기록물을 전시할 모양이다. 인제대 서울캠퍼스에 공공정책대학원 ‘노무현 스쿨’ 설립을 추진한다는 보도도 있었다. 청와대는 이 계획이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대통령이 후배들에게 생생한 경험을 강연이나 강의를 통해 전하면 좋겠다는 말을 했을 뿐이라고 했다.

▶우리나라엔 변변한 기념도서관을 가진 대통령이 별로 없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기증한 자료를 바탕으로 연세대가 2003년 김대중 도서관을 연 것 정도다. 다른 대통령 기념관은 설립 논의만 무성할 뿐 진전이 거의 없다. 그러니 대통령 이름을 딴 대학원은 아직 상상하기 어렵다. 기억하고 존경하고 싶은 대통령보다는 논란 대상이 된 대통령이 더 많아서 그런지도 모른다. 그러나 기록과 자료를 꼼꼼하게 남겨주면 후세들이 거기서 무엇이든 배울 것이다. 성공한 대통령이든 실패한 대통령이든 다 교훈을 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