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북부 바넷 구의 발라즈 거리 큰길에 있는 이브라힘 세빈크(Sevinc)씨 상점은 주택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청과물·잡화점이다. 가게 앞엔 채소와 과일이 놓여 있고, 식품과 신문·술·담배 등을 판다. 올해 33세의 터키계인 세빈크는 14일 얼마 전 구청에서 날아온 서류를 자랑스럽게 꺼내 보였다. 바넷 구가 지난달 29일 대형 수퍼체인 테스코(Tesco) 신설을 불허하기로 했다는 내용. 애초 테스코는 세빈크의 가게 바로 옆 공터에 들어설 계획이었다. 세빈크 가게의 5배는 되는 넓이다.
세빈크는 주민 1000여 명의 서명을 받아 바넷 구에 진정서를 냈고, 마침내 테스코 진입을 막아냈다. 드나드는 손님들은 연방 그에게 “축하한다”고 말했고, 세빈크는 “모두 여러분 덕택”이라고 활짝 웃었다.
세빈크는 막노동과 식당종업원 등 15년간 닥치는 대로 일을 해 모은 10만 파운드(약 1억9000만원)로 1년 반 전 이 상점을 인수했다. 그런데 바로 옆에 대형 수퍼체인이 들어선다니, 세빈크는 “처음엔 ‘망했다’는 생각밖에 안 들더군요”라고 했다. 그는 다른 소형상점 주인들과 주민에게서 서명을 받아 올해 초 구청에 진정서를 냈다. 바넷 구청은 “주택가에선 동네 가게를 보호하기 위해 대형 수퍼체인 설립을 허용하지 않겠다”며 그의 손을 들어줬다.
영국 정부 산하의 경쟁위원회(CC)에 따르면, 영국의 대형 수퍼인 테스코와 세인즈베리(Sainsbury’s)는 2001~2006년 사이에 각각 685개에서 1898개, 436개에서 752개로 늘어났다. 반대로, 개인 식료품점은 2000년 3만5500개에서 작년엔 2만5893개로 크게 줄었다.
이 탓에, 대형 수퍼의 ‘싹쓸이식 영업’을 반대하는 소비자단체들이 동네 가게들과 함께 펼치는 저항도 거세다. 2005년 6월 설립된 테스코폴리(Tescopoly)는 월마트 영국판매망인 아스다의 소비자 보호단체 ‘아스다 와치(Asda Watch)’, 환경단체 ‘프렌즈 오브 어스(Friends of Earth)’, 빈민 보호단체 ‘워 온 원트(War on Want)’ 등 10여 시민단체와 동네 가게 보호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런던 브리지 남쪽 서덕(Southwark) 구에 위치한 250년 전통의 재래시장인 보로(Borough) 마켓은 아예 대대적인 ‘혁신’에 나섰다. 육류·생선·과일·야채·빵 등을 파는 100여 개 상점이 들어선 이곳은 이날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 매장들이 들쭉날쭉 붙어 산만해 보이지만, 회색 시멘트 바닥엔 고인 물이나 쓰레기는 전혀 없다. 상인조합의 크리스 데닝(Denning) 관리부장은 “모든 매장이 음식전문가 8명이 엄격히 심사하고, 12명의 관리인이 불시에 매장을 찾아 위생상태나 고객 반응을 살핀다”고 말했다. 고객의 불만이 높은 매장은 수차례 경고 끝에 퇴출돼, 최근 2년간 3개 식료품 매장이 문을 닫았다.
청과물 가게 터닙스(Turnips) 주인 줄리에 크리세이(Cressey)씨는 청과물을 습도와 온도 조절이 되는 대형 냉장고에 보관하고 매주 화요일 스팀청소기로 구석구석 닦아냈다. 그는 “가격이 저렴하고 관리상태가 좋아, 지난 7년간 수퍼체인이 두렵지 않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