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엔 (산의 모습이) 이렇지는 않았어. 사람 키 만한 나무들이 자랐고, 친지들이 찾아오면 나무를 배경 삼아 사진도 찍고 했는데….”
중국 네이멍구 울라터후치 지역 북쪽에 가로놓인 첩첩산중 음산(陰山) 산맥의 한 골짜기에서 10년째 남편과 단둘이 살고 있는 푸하이(福海·54)씨. 푸하이씨는 풀 한 포기 제대로 찾아볼 수 없는 이곳에서 300마리 정도 되는 양을 키우며 살고 있다. 높다랗게 치솟은 음산을 방패 삼아 집터를 잡았지만 “미친 듯 휘몰아치는 모래폭풍 앞에는 아무 소용 없다”고 했다. 음산은 날마다 불어오는 바람에 깎여 뼈대만 남은 듯한 모습이었다.
인근 마을에서 200마리의 양을 키우는 다르까이쌍큐(77)씨도 비슷한 회고담을 들려줬다. “걸어 다니면 산자락에 자란 풀들이 무릎에 걸리던 때가 있었지. 산 골짜기에 물이 흐르던 시절도 있었는데, 지금 여기를 봐. 물도 없고, 풀도 없고, 나무도 사라졌어.”
음산이 말라붙은 산으로 변한 것은 최근 10년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비가 적게 내리는 데다, 모래폭풍이 불면 나무가 뿌리째 뽑혀나가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이 일대에 최근 들어서기 시작한 탄광이 가동되면서 지하수를 뽑아 올리는 바람에 사정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한다.
풀어놓은 양들이 배불리 먹을 수 있던 초지(草地)는 벌써 10년 전 자취를 감추었지만, 그래도 푸하이씨는 이곳에서 양들을 기르며 산다. 산과 들에는 양들이 먹을 풀이 없어, 건초더미 같은 사료를 도시에서 구입해 양들에게 먹이고 있다. 벌이는 빠듯하다. “사료 값이 1년에 2만원(元·위안·한화 260만원 상당)이 드는데 너무 비싸. 양털을 깎아서 팔아도 겨우 먹고 살 정도야.” 푸하이씨의 얼굴엔 고단함이 묻어났지만, “그래도 마을을 떠나지 않겠다”고 했다. “나이가 많아서 그들처럼 도시에서 일할 형편이 못되기 때문”이다. 이미 90% 가까운 이웃들이 도시로 떠난 상태.
“사는 게 이런 거지. 대강대강 자연에 맞춰 살 수밖에 없어.” 낯선 방문객인 기자에게 따뜻한 물 한 잔을 대접한 푸하이씨의 얼굴에 체념의 빛이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