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의료계와 갈등을 빚어왔던 의료법 개정안과 관련, 원안에 들어 있던 의료비 할인·면제 제도를 삭제하는 등 의료계의 요구 사항을 대폭 수용키로 했다. 이로써 정부가 의료계에 백기(白旗)를 들었다는 분석도 있지만, 의료계는 더 나아가 의료법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동네의원에서 의사·간호사가 당직 근무를 서도록 하는 조항처럼 비현실적인 내용이 그대로 남아 있다는 이유다.
보건복지부는 한 달간의 입법예고 기간 동안 제기된 의료계와 시민단체의 의견을 반영한 의료법 개정안 수정안을 11일 발표했다. 이 수정안은 19일까지 규제개혁위원회 심사를 받은 뒤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다음 달 국회에 제출된다.
수정안에서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쌍꺼풀 수술 등에 대해 진료비를 할인하거나 면제해줄 수 있도록 한 조항이 삭제됐다. 병원마다 브로커를 둬 환자를 유치하려고 할 경우 과도한 가격 경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의료계와 시민단체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불법 의료행위라며 의사들이 강력하게 반발해 온 ‘유사의료행위(민간의료행위)’ 규정 조항도 없앴다.
정부는 그러나 병·의원 인수 합병을 허용하는 조항과 의사가 진료 내용을 환자에게 설명하도록 의무화한 ‘설명의무’ 조항은 그대로 두기로 했다. 입원실이 있는 동네의원에 대해 의사나 간호사가 당직을 서도록 한 조항 역시 삭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병·의원을 인수 합병할 수 있게 허용하면 대형병원들이 작은 동네의원과 병원을 문어발식으로 합병할 것이라며 반대입장을 밝혔다. 또 당직제에 대해서도 “6000여곳의 동네의원마다 간호사 인력이 부족해 당직을 설 수 없는 형편”이라며 비판했다.
이날 의사협회·치과의사협회·한의사협회·간호조무사협회로 구성된 범의료 의료법비상대책위는 성명을 내고 “정부가 주요 쟁점 조항에 대해 전혀 개선의 뜻이 없음을 드러낸 만큼 정부 수정안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의사협회 장동익 회장은 “국회에 상정될 경우 전면적인 휴·폐업 등 강경 투쟁을 불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