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동아시아 경제 전문가인 후카가와 유키코(深川由起子) 일본 와세다(早稻田)대 교수(정치경제학부)는 9일 한·미 FTA 협상 타결에 대해 “한국의 동아시아 지역주의 이탈”로 규정했다. ‘안보(개성공단)’ 문제를 ‘경제적’ FTA에 결부시켜 미국을 동아시아 경제 한복판에 끌어들이고, ‘정경분리(政經分離)’가 기본인 동아시아 지역주의를 복잡하게 변질시켰다는 견해다. 후카가와 교수는 일본 내 독보적인 한국 경제 전문가로 꼽힌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한·미 FTA를 평가하면.
“동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안보와 경제를 묶은 FTA로 볼 수 있다. 동아시아에는 ‘정경분리(경제를 정치에서 분리시켜 공동 이익을 추구)의 지역주의 전통’이 있다. 일본과 중국, 아세안도 공유하는 가치다. 한국은 여기서 이탈했다. 일본조차 미국을 ‘동아시아 (경제)’에 끌어넣는 것을 피해 왔다. 아마 중국은 일본보다도 더 이번 한·미 FTA가 불쾌할 것이다.”
―지역 개념이 왜 중요한가.
“통화위기 때 미국은 한국보다 멕시코를 더 지원했다. ‘강 건너 불’과 ‘이웃집 불’은 다르다. 이것이 지정학, 지역주의의 본질이다. 미국, EU, 중국 모두 이웃을 우선한다. 한국 정부는 ‘동아시아’라는 인식이 희박하다. ‘동북(東北)아시아’란 지역주의 개념 역시 ‘일·중 샌드위치론(論)’으로 해체되고 있다. 한국 정부의 지역 개념에서는 북한만 보인다. 북한 문제가 ‘글로벌화’하자 한국은 FTA 상대국까지 ‘글로벌화’하고 있다.”
―북한 문제(개성공단 문제)가 한·일 FTA에 영향을 미칠 것인가.
“‘자국 기업의 경쟁조건 향상’을 목표로 한 일본은 FTA의 정치화에 ‘알레르기’를 느낀다. 중국은 ‘자본주의 경제의 지위(status) 인정’, 한국은 ‘개성공단의 원산지 인정’이 FTA 교섭의 ‘기본 라인’이다. 한국이 가장 정치적이다. (보수 태생인) 아베 정권이 이런 기본 라인에 동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일·한 FTA의 최대 장애는 북한 문제다.”
―한국은 중국과의 FTA를 일본보다 우선시하는데.
“중국 정부는 (한국의 기본 라인에) 동의할 것이다. 그러면 한국도 중국의 자본주의 경제 지위를 인정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한·중 FTA가 체결되면 이후 홍수처럼 중국 상품이 밀려들어오고, 중국 국영기업의 (한국) 기업 인수·합병(M&A) 공격이 거세질 것이다. 한국이 이를 정면으로 받아들일 수 있나. G7(선진 7개국) 모두 중국과의 FTA에 소극적이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선진국조차도) 이런 중국의 공세를 받아들이기 벅차기 때문이다.”
―일본 산업계의 한·일 FTA 시각은.
“큰 관심이 없다. 만약 미국 기업이 한국의 일본 수출시장을 급속히 잠식하면 위기감과 한·일 FTA의 필요성은 커질 것이다. 그러나 FTA에 따른 관세철폐의 영향(이익)이 한국 산업계가 생각하는 것만큼 크지 않다고 일본 산업계는 본다. 또 일본 기업들은 이미 많은 현지공장 등을 통해 글로벌화했다. 따라서 한국이 한·미 FTA를 통해 미국산 일본 자동차 수입을 걱정하듯이, 일본 기업들에 ‘FTA 허브(중심국) 한국’은 결코 마이너스만은 아니다. 또 한·일 FTA에 대해서도, 이미 일본이 한국에 수출하는 제품들은 한국측이 수입 거래선을 바꾸기 힘든 중간재·자본재 중심이다. 즉, 한·일 FTA 체결과 상관없이 일본 제품은 한국에 수입된다는 얘기다.”
―일본의 농산물 보호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있다.
“일본 농산물은 이미 고품질·고부가가치화해서 수출이 최근 5년간 12배로 늘었다. 따라서 사실 보호할 필요성이 적다. 그런데도 강력한 기득권 그룹, 규제 당국, 보수 정치가의 의식은 아직도 20세기 수준이다. 이 탓에, 일본이 (한국은 물론) 미국, 중국, EU와 FTA를 체결하리라는 전망은 단기간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