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국민소득 3만1000달러로 아시아에서 일본에 이어 두 번째 부국(富國)인 싱가포르가 고위 공직자들의 봉급 인상 문제를 놓고 들끓고 있다. 지난달 말 리셴룽(李顯龍) 총리는 “유능한 인력을 공공 부문으로 끌어들이려면 장관과 고위 관리, 판사들의 봉급을 현재보다 100%가량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고위 공직자들의 연봉은 1994년부터 은행가·변호사·엔지니어·다국적 기업 임원 등 6개 고소득 직종 종사자 평균 연봉의 3분의 2 수준으로 책정됐다. 그런데 이게 최근 50%대로 떨어졌으니, 대폭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인상이 되면 각료들의 연봉은 120만 싱가포르 달러(약 7억2000만원)에서 220만 싱가포르 달러(13억2000만원)로 뛰게 된다. 이미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3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4배에 이르는 리 총리의 연봉(200만 싱가포르 달러·12억원)도 크게 오르게 된다.
그러나 시민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자콥 탄(Tan)이란 시민은 지난주 싱가포르의 관영 일간지인 스트레이츠 타임스에 투고해 “서민 경제야 어떻든, 공무원들은 최고의 결과물만 가져 늘 승리하는 꼴”이라고 비난했다. 고위 공무원 봉급 인상에 반대하는 인터넷 서명 캠페인도 시작됐다. 한 자영업자는 “경쟁력 세계 2위, 투명성 세계 1위인 핀란드는 총리 연봉이 싱가포르의 6분의 1”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하지만 시민들의 반대에는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싱가포르 경제는 최근 3년 평균 7.6%의 고도성장을 했다. 그러나 ‘성장 속의 빈곤 심화’라는 기현상도 더욱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4일 둘러본 싱가포르 ‘호우강(後港)’과 ‘리틀 인디아’ 일대의 공공 임대주택 단지. 지은 지 30년이 넘었지만 개·보수가 제대로 되지 않아 벽에 일부 금이 나 있다. ‘리틀 인디아’ 타운에 사는 모하메드 빌라(Billar·32·건설노동자)의 하루 수입은 20싱가포르 달러(1만2000원). 10년 전보다 고작 3싱가포르 달러(1800원) 올랐다. 매달 보름 정도는 밤 9시까지 야근도 한다. 그는 “방세와 음식비 등을 빼면 한 달에 300싱가포르 달러(18만원)를 모은다”며 “물가 상승분을 감안하면 실제소득은 5년 전보다 20% 정도 줄었다”고 말했다.
실제 싱가포르 인구의 20%(약 90만명)는 한 달 소득이 1500싱가포르 달러(90만원) 미만이다. 싱가포르 통계국 자료를 보면, 세 명 중 한 명꼴인 140여만명에 이르는 하층민들의 작년 소득은 5년 전보다 오히려 줄었다. 싱가포르의 민간 연구기관인 ‘싱크 센터(Think Centre)’는 “450만명의 싱가포르 전체 인구 중 60%는 수입이 적어 세금을 못 낸다”고 밝혔다. 씨티그룹의 추아 학 빈(Bin) 이코노미스트는 ‘고(高)성장 속 빈곤 확산’의 이유를, “정부가 외국인 투자 유치에 좋은 환경을 만들려다 보니 노동조합과 최저임금제 등을 막아 결국 서민들이 희생됐다”고 말했다.
야당과 비판적인 지식인들은 이런 상황에서 고위 공직자들의 임금 인상은 국민의 호응을 얻을 수 없다고 공세를 퍼붓는다. 야당인 싱가포르 노동당의 실비아 림(Lim) 당수는 “저임금 근로자들은 최저 임금제 혜택도 못 받는데, 정부 각료들의 연봉을 100만 싱가포르 달러(6억원)나 올린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