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는 바이오 경제시대의 핵심소재인 생물자원이 지구상 같은 위도의 어느 지역보다 풍부한 편이다. 산과 강, 수많은 섬과 넓은 갯벌에 사는 한반도 생물자원은 10년 전 조사로는 3만여 종으로 집계됐는데, 매년 학계에서 수 백 종이 새롭게 보고되는 것을 감안하면 지금은 이보다 훨씬 늘었을 것이다.

그러나 한반도 생물자원은 개화기와 일제 강점기를 거치는 동안에는 수탈의 대상이었다. 많은 우리 토종 생물에 유럽이나 일본 학자들이 붙인 학명(學名)이 붙었고, 생물 표본 역시 거의 다 외국에 있는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나마 한국에 남아있던 표본과 문헌자료 등은 한국전쟁을 거치며 대거 소실되었다. 외국에 빠져 나간 생물자원은 더러 유명한 상품이 되기도 했다. 세계 라일락 시장의 1/3을 차지하는 미스킴라일락은 북한산에서 채취한 것에서 유래했고, 유럽인들이 크리스마스트리로 이용하는 구상나무는 제주도가 고향이란 사실도 잘 알려져 있다.

이처럼 상품으로 활용할 잠재적 가치가 있는 관상용 식물이나 유용곤충이 그 동안 국외로 빠져 나갔다. 그러나 최근 들어선 인터넷으로 직거래가 가능한 토종 관상어나 갑충류, 신품종 묘목 등으로 다양해지는 추세다. 일본에서는 영화 쉬리가 인기를 끌고 나서 한국산 어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으며, 급기야 지난 연말에는 쉬리, 납자루 등 토종 물고기를 일본으로 반출하려는 사람이 세관에 적발되기도 했다. 2002년 이후 정부 당국이 신품종 묘목의 중국 밀반출을 적발한 것도 5번이나 있었다고 한다. 현재 정부는 야생동식물과 농업유전자원, 수목유전자원, 해양생물자원 등으로 국내 생물자원을 세분화해 특정 종에 대해선 국외 반출 시 승인을 받도록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승인을 받아야 하는 생물자원은 현재 333종에 불과할 정도로 적고, 지난 수년간 해외반출을 신고하고 실제로 당국으로부터 승인을 받은 경우도 3건밖에 안될 정도로 미미한 실정이다.

따라서 우리 토종자원이 해외로 마구 유출되지 않도록 시급하게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우선 승인 대상 동식물 수를 지금보다 늘리고, 세관 검색도 강화되어야 한다. 화물주가 생물자원을 국외 반출하고자 할 경우엔, 반출하려는 모든 생물자원의 목록을 당국에 미리 신고토록 하고, 당국에서는 검색을 지금보다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다. 한편으론, 생물자원의 활용에 대한 인식을 어느 정도 바꿀 필요도 있다. 생물자원의 국·내외 교류와 관련한 여러 국제적 지침은, 타국의 생물자원에 접근하기 전에 미리 상대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생물자원 활용에 따른 이익도 서로 공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생물자원이 자국의 주권에 속하기는 하지만 인류공동의 자산이라는 점에서 서로 합리적인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외국으로 유출되는 생물자원보다는 외국으로부터 도입하는 생물자원이 훨씬 많은 편이다. 곡물을 비롯한 농업유전자원은 유입이 유출보다 18배나 많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과학기술부에서는 중국과 코스타리카 등 4개국에 연구센터를 설치하여 생물소재의 국내 도입을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국내 토종자원의 무분별한 국외 유출은 막아야 하겠지만, 외국인이 우리의 생물자원을 활용하려는 시도에 대해선 무조건 부정적 시각으로 바라 볼 일은 아닌 것이다. 생물자원의 교류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이러한 생물자원의 교류를 통해 발생하는 이익을 서로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