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가 발효되면 5년 안에 국내 법률시장이 완전 개방된다. 한국 로펌(법무법인)이 국내에서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가진 미국 로펌들과 경쟁하게 되는 것이다. 1999년 법률시장을 열었던 독일에선 10위권 내 로펌 중 단 2곳만 살아남았다. 태반을 미국 로펌이 잠식했다. 우리 법률시장 규모가 한 해 1조3000억원대인데 미국 로펌 1위 ‘베이커 앤드 매킨지’ 한 곳의 매출액이 1조5000억원이다. 이들에 맞서려면 우리도 지금보다 훨씬 더 국제화·전문화한 변호사들이 필요하다.

미국 변호사들은 대학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에서 事例사례 중심의 실무교육을 집중적으로 받는다. 대학 전공도 다양한 학생들이 모여든다. 현장실습(clinical course)과 방학 때의 인턴생활을 통해 정부기관·로펌·기업·시민단체 등에서 살아 있는 법률을 공부한다. 로스쿨을 졸업하고 로펌에 들어가도 치열한 생존경쟁이 기다리고 있다. 사법시험 합격증 하나로 평생 먹고사는 식의 우리 법률교육제도로 이런 미국 로펌들을 당해낼 재간이 없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사법제도개혁위는 우리도 로스쿨을 만들기로 하고 2005년 10월 국회에 법안을 냈다. 그러나 국회 교육위원회는 법안을 계속 묵혀두고 있다. 한나라당이 私學法사학법 재개정과 로스쿨법을 연계시키기 때문이라지만 실제는 소속 정당을 떠나 변호사 자격증 가진 국회의원 대부분이 로스쿨 만드는 걸 반대하고 있어서다. “로스쿨법을 막겠다”며 상임위까지 교육위로 바꾼 의원도 있다. 로스쿨법이 만들어지면 변호사 숫자가 지금보다 늘어나 기존 변호사들의 ‘밥그릇’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전국 40여 개 대학이 로스쿨법 통과에 대비해 쏟아부은 돈만 2000억원이다. 교수도 370여 명을 새로 뽑았다. 학생들은 사법시험 공부를 해야 할지, 로스쿨 입학 준비를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국회의사당만 쳐다보고 있다.

지금 변호사 의원들이 아무리 밥그릇을 움켜쥐고 있어도 소용이 없다. 아예 밥상이 통째로 따로 차려지는 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