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시는 소나무를 지켜내라” “송림리의 상징 소나무 굴취 중단하라” 강릉시 연곡면 소재지와 인근 송림리 마을에는 여기저기 플래카드가 붙어있다. 오랜 세월 마을을 굽어보면서 성장해 온 소나무 숲이 사라질 위기에 몰렸기 때문이다. 금강송(金剛松), 강송(剛松)으로 불리는 품질 좋은 소나무가 널려있는 지역인데 그까짓 몇그루가 대수냐고 여길 수도 있지만 지역사회의 관심을 한몸에 받는 소중한 존재로 떠올랐다.

6번 국도 주변에 있는 작은 마을인 송림리는 ‘소나무 숲’이라는 뜻의 마을 이름(松林里)에 걸맞게 군데군데 잘생긴 소나무들이 자리잡아 마을의 상징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마을 입구에 있는 소나무를 조경업체가 인천의 아파트 공사현장에 조경수로 사용하기 위해 반출될 위기에 몰렸다. 이에 주민들이 온몸으로 막고, 환경단체도 가세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이 마을 입구에는 길이 200m 가량의 둔덕에 키 10m 남짓한 소나무들이 병풍처럼 죽 늘어서 있었다.

그러나 지난달 하순부터 굴취작업이 진행되면서 모두 50여그루의 소나무 가운데 이미 10여 그루는 뿌리가 뽑힌 채 드러누워 있는 상태이다. 주민들의 저지, 따가운 여론 등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조경업체가 반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논란은 작년 11월 땅의 소유주(서울 거주)가 조경업체에 소나무 37그루를 매각한 것이 발단이 됐다. 조경업체는 인천시 구월동 현대건설 아파트 단지에 조경수로 납품할 예정이었다.

소나무가 팔렸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주민들은 강릉시에 소나무를 지켜달라는 청원을 했다. 주민들은 “마을을 지켜온 소나무 숲의 가치를 무시하고 팔아 넘겨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강릉시도 “우량 소나무로 공익적인 가치가 뛰어나다”며 반출 사전 단계로 재선충 감염 여부를 확인해주는 과정에서 반출 승인을 거부했다. 그러나 행정심판 결과 소유주가 승리했고, 강릉시도 반출 승인을 해줬다. 이에 따라 법적으로는 제지할 방법이 사라졌고, 지난달 22일부터 조경업체는 굴취작업이 시작됐다.

그러나 주민과 환경단체들은 물러서지 않고 실력 행사는 물론 여론에 호소하며 저지운동에 들어갔다. 현대건설로부터는 송림리의 소나무를 쓰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조경업체에도 “비록 사유재산이라지만 주민들에게 이 소나무들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공유의 재산으로 함부로 처분해서는 안된다”고 호소했다.

최근 소나무 명품화 사업 계획을 밝힌 강릉시도 각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강릉시의 의지가 시험받는 무대가 됐기 때문이다.

결국 주민들의 반발과 여론에 밀려 조경업체는 지난달 30일부터 굴취·반출작업을 중단한 상태이다. 강릉 생명의 숲 관계자들은 4일에는 서울에서 조경업체와 협의를 갖기도 했다.

이에 따라 원만한 해결이 이루어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송림리 주민들과 강릉지역 사회단체들은 모금 운동도 벌여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