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남]:요즘 밥값 어떻게 생각하세요? 제가 한달 전까지 살던 청담동 일대 밥값을 생각하면 아직도 입이 댓발로 나와요. 명품가방 포장지에 늘 나오는 파리, 런던, 도쿄, 뉴욕을 가도 별로 비싸다는 생각이 안 들어요. 거기랑 비교하면요.

[강북녀]:그대가 강남에서 너무 많은 식사비용을 탕진해와서 그런 게 아닐까??

[강남남]:정말 제대로 위화감 조성하는 재수없는 일화를 하나 들려드릴까요? 한달 전, 인사동 생태찌개로 유명한 식당을 찾아갔는데 어찌나 모든 음식이 맛있는지 그 집 양자로 들어가 대를 잇고 싶더라구요. 나올 때 습관적으로 카드를 냈더니 주인할아버지가 버럭 화를 내시는거에요. 7000원짜리 생태 하나 먹고 카드질이냐며. 그 가격에 약간 문화적 충격을 받았어요. 말하다보니 몇년간의 강남 생활이 저를 어느새 봉준호 감독이 탐낼 만한 ‘괴물’로 만든 거 같네요.

[강북녀]:그대의 위장적 만족감은 강남 가격으로 얼마짜리였는데?? 예리한 악플러들의 댓글을 피하지 말고, 숫자로 찍어 말하시지! 어서.

[강남남]:백화점 지하 푸드코트 갈비탕 가격이 만원이 넘는 게 별로 안 비싸게 느껴질 정도. 꽃등심이 3만원대면 ‘고기가 별로 좋은 편은 아닌가봐?’가 자연스레 나올 정도였으니 생각해보세요.

[강북녀]:음. 현금장사만 3대째인 민간재벌 집의, 출생의 비밀을 가진, 아이비리그 출신 막내 아들 같은 얘기로군.

[강남남]:아이비라고는 멀리서 본 가수 아이비가 전부인 제게… 과찬이세요.

[강북녀]:정작 문제는 어떤 강남 식당들이 값도 그렇지만, 면장갑에 고무장갑 세개씩 끼고 음식 만드는지, 도통 손맛이 없는 건 왜 그런거야? 나도 카드할부 긋는 심정으로 ‘홋’ 플레이스에 가서 좀 먹어봤지만, 최소한 일주일에 한번 가도 물리지 않는 곳은 거의 없더라. 인테리어같은 하드웨어로 오바만 하고. 예를 들어볼까? 당신 동네에서 자주 가던 청국장집 있잖아. 거기 만원짜리 청국장, 그거 정말 ‘이런 댄장’만도 못했어.

[강남남]:그 집이 잘되는 이유는 사실 다른데 있어요. 주변에 연예기획사와 영화사들이 많아서 연예인들이 많이 오거든요.

[강북녀]:그런 식당, 대부분 기획사 사장과 식당 주인이 ‘아는 동생과 형님’ 아냐? 시청자를 우롱하며 ‘가수 담쟁이가 자주 찾는 식당’ ‘영화배우 장둥근의 단골집’ 이런 식으로 선전하는 건 정말 불쾌해. 사과하라! 더 악질적인 경우도 있지. “나 이자리에서만 15년이잖아. 돈벌려고 하면 이 짓 못하지. 그저 우리 밥 맛있게 먹어주는 사람들 땜에, 일이 힘들어도 그냥 하는거야” 하는 분위기의 푸근한 인상의 사장님이 운영하는 허름한 식당에서 고기 1인분에 5만원 받고, 좀 취했다 싶으면 허접한 고기 슬슬 섞어 주고. 아니면 알탕 하나에 2만원 받으면서 계란탕은 또 5000원 받는 집들. 기미섞인 얼굴을 들이밀며 ‘내가 좀 된장 스타일이야’ 하는 느낌이랄까. 대체 그대들, ‘청담 피플’들은, 왜 왜 왜 거기 가주는거니?

[강남남]:왜 가냐면 웃지요… 가 아니라 그러고보니 강남피플들이 그렇게 툴툴대면서도 그곳을 기어이 가는 이유는 그곳과 사랑에 빠졌기 때문이죠… 눈에 뭐가 씌여서. 원래 사랑에 빠지면 무조건이잖아요. 마치 제대로 주먹 써주는 주정뱅이 서방 만난 여자 넋두리처럼 다들 속으로 그러죠. ‘팔자려니…’

[강북녀]:근데 문제는 그 팔자가 지 팔자에 국한되지 않고 애들에게 영향을 미치듯 청담동식 말도 안되는 허풍선이 문화가 인사동, 삼청동까지 물들여 놨다는 것이여.

[강남남]:글쵸. 워낙에 비속어로 ‘야매’였던 청담동 문화를 또 ‘야매’로 따라하다보니, 삼청동은 이제 정말 전세계 어디 내놔도 부끄럽지 않을 ‘야매’스러운 거리가 되어 가는 거 같더라구요. 전 실제로 삼청동 초입에 있는 퓨전 프랑스 요리집을 간적이 있는데, 점심시간에 단 한테이블! 일행과 나 단둘이 밥 먹었어요. 근데도 갤러리 큐레이터 복장의 여직원은 입구에서 차트를 뒤적이며 묻더군요. ‘예약하셨습니까?’ 어찌나 민망한지… 그런데 런치 가격이 청담동 디너 가격이던데요.

[강북녀]:그러니까 도시문화는 확실히 전염성이 있는 것 같애. 도시가 생명체이거나. 아트 시넨바움이라는 작가가 계시다. 그의 1970년대 글에 이런 대목이 있다. ‘뉴욕에선 가난한자나 부자나 스케줄이 똑같다. 기차시간이 정해져 있고, 버스는 정해진 정류장에 서고, 레스토랑은 어느 시간까지만 열고, 일요일에 상점은 닫고. 그러나 캘리포니아는 다르다. 차를 가졌다면 아무때나 어디든 갈 수 있다. 24시간 레스토랑에서 아침을 먹을 수 있고, 밤에 영업하는 가게들, 일요일 쇼핑까지. 캘리포니아는 불편한 것, 정해진 모든 것에 대해 반항적인 도시다’라고. 도시는 삶을 규정하고, 도시끼리도 겨루면서 어느 도시의 문화가 나중에 더 많이 확산되는 결과를 낳지. 내 보기엔 우리나라는 캘리포니아식이고.

[강남남]:오~ 외국인이 한 말을 예로 들 때면 늘 급 있어보여요. 아트씨가 말한 뉴욕 생활이 이곳 서울에도 적용이 되는 거 아닌가요? 서울에선 강남에 살던 강북에 살던 먹는 건 비슷하다. 다만 한쪽은 비슷하거나, 그보다 못한 만족감을 주는 먹거리에 몇 배 더 많은 돈을 쓸 뿐이다!

[강북녀]:청담동 피플에겐 ‘동질감’같은 게 있는 것 아닌가 싶어. 비싼 가격은 클럽 가입비이고. 일테면, ‘아니 어찌 주스가 5000원인데, 가스 든 물(페리에)이 8000원이란 말인가’하는 사람들이 없다는 이유로 동질감을 느끼는 집단.

[강남남]:언젠가 뉴욕에서 온 친구가 청담동 카페에서 주스를 주문하는 데 오렌지 반 당근 반! 하는거죠. 뭔 유난이냐 싶으면서도 솔직히 근사해 보이고, 뭔가 맛을 좀 아는 사람같다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강북녀]:난 이렇게 말할래. “여긴 오렌지로만 가는 거 맞나? 오 마이… 그건 너무 텁텁하고 좀 라이트 하게 오렌지 반만 넣고… 반값만 받아요.”

[강남남]:이건 어때요? “오~ 모든 푸룻은 스킨에 바이타민이 가장 많다는 거 몰라? 전 껍질 주세요… 거져요!”

[강북녀]:꺼져요!!

●강북녀 박은주-집요한 식탐의 소유자로 폼 잡고 맛없는 식당을 미워한다. 엔터테인먼트부장으로 발칙칼럼을 썼다. zeeny@chosun.com

●강남남 신정구-강남 일대 식당에서 가산을 탕진, 반성하고 최근 이사했다. 방송작가로 '안녕 프란체스카'를 썼다. sooooo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