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이 미 의회에서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로 자동차 산업이 발달한 미시간주와 쇠고기·농산물 수출 비중이 큰 몬태나주 등 중북부 출신 의원들이 반대에 앞장서고 있다.

미 하원 세출위 산하 무역소위원회 샌더 레빈(Levin) 위원장은 2일 성명서를 통해 "한국이 자동차, 쌀, 쇠고기 시장을 개방하지 않는다면 한·미 FTA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레빈 위원장은 "FTA 비준안을 의회에 보내는 것은 형식에 불과한 게 될 것"이라면서 "90일의 검토기간 중 미국 제품의 시장 접근이 실질적으로 보장되지 않는다면 나는 (한·미) FTA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상원에서도 반대가 거셀 것으로 보인다. 상원 맥스 바커스(Baucus) 재무위원장은 “한국이 쇠고기에 대한 수입 금지 조치를 전면 철회하기 전에는 (한·미 FTA가) 상원에서 처리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샌더 레빈 위원장과 같은 미시간주 출신의 데비 스테이브나우(Stabenow) 상원의원도 이번 한·미 FTA를 미국에 “나쁜 합의(a bad deal)”라고 규정했다. 그는 성명서를 통해 “무역수지 적자를 초래하고 일자리를 빼앗기고 미국의 자동차 산업을 해치는 FTA에 합의했다”고 비난했다. 이 밖에 하원 레빈 위원장의 동생인 칼 레빈(Levin) 상원 군사위원장도 한·미 FTA에 반대할 것으로 보인다.

데비 스테이브나우

FTA 비준안은 상·하원 전체 회의에 부쳐지기 때문에 위원장들이 상임위원회에서 한·미 FTA 비준을 가로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하원의 레빈 위원장이나 상원의 바커스 위원장이 자동차 산업의 메카인 미시간과 쇠고기 생산지인 몬태나·네브래스카 출신 의원들을 규합해 한·미 FTA에 극력 반대할 경우, 의회 통과가 상당한 진통을 겪을 수도 있다.

2005년 중·미(中美) 자유무역협정(CAFTA)의 경우, 공화당이 다수인 하원에서도 217 대 215로 간신히 통과된 적이 있다. 한·미 FTA의 미 의회 비준 역시 낙관할 수 없다는 게 워싱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