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람들의 꿈들이 오순도순 모여 자라던 마을. 부산 부산진구 범천1동 중앙시장 건물 옥상에 있는 ‘옥상마을’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이달 중순쯤 부산의 대표적 재래시장인 중앙시장 재건축 공사를 위해 중앙시장 옥상에서 살았던 57가구 건물을 철거하기 때문이다.

‘옥상마을’은 1968년 지상 2층의 중앙시장이 문을 열면서, 당시 시행사인 ㈜중앙시장이 시장건물 옥상에 집을 지어 상인 등에게 분양하면서 생겨났다. 전기시설과 상·하수도 시설까지 갖췄지만 무허가 건물이었다. 1980년대 초 무허가 건물을 양성화하는 특별조치법에 의해 정식 주거지로 인정 받아 현재 범천1동 5통 6반에 편성돼 있다.

1970~80년대에는 주민 200여명이 살면서 활기가 넘쳤었다. 1400여평 좁은 공간에 다닥다닥 집들이 붙은 만큼 이웃 정(情)도 깊었다.

할머니 혼자 부모를 일찍 여읜 손자 둘을 훌륭히 키워 장가까지 보내고 생(生)을 마감한 이야기부터, 큰돈도 아닌데 돈 많이 벌었다고 마을이 떠나가도록 자랑하며 떠난 이웃 이야기까지. 옥상마을에서는 애틋하고 소박했던 사연들도 끊이지 않았다. 2005년 이후 마을이 TV 등에 소개되면서 짧으나마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하지만 철거가 목전에 닥친 지금은 모두 떠나고, 노인 두세 명만 남았다.

30여년간 옥상마을 반장을 맡았던 김옥출(77)씨는 “시내 한가운데에서 40년 가량 외딴 섬처럼 자리잡고 있던 이 마을은 가난했으나 희망과 정으로 뭉친 사람들이 살던 곳이었다”고 아쉬워했다.

중앙시장과 ‘옥상마을’은 2009년 1월 지하 4층, 지상 30층 규모 주상복합건물로 새로 태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