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와 종훈의 전쟁(Battle rounds by Wendy and Jong-Hoon)”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협상을 취재한 외신기자들 사이에 이번 협상은 이렇게 불렸다. 지난해 2월 시작된 예비 협상 이후 1년 이상 협상의 전(全) 과정에 참여해 협상을 진두 지휘해 온 김종훈 한국 수석대표와 웬디 커틀러 미국 수석대표의 존재감이 그만큼 컸다는 얘기다.

협상장 밖에선 맥을 짚는 한마디 한마디로 여론의 물줄기를 이끌어 갔고, 협상장 안에서는 한 치 양보 없는 신경전과 함께 때로는 도발적 언사로 상대를 흥분시키는 싸움꾼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커틀러 대표는 개성공단 생산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해 달라는 우리 측 요구에 대해 “내 사전에 ‘K워드(Word)’(개성공단)란 없다”고 일축했다. 김 대표는 2차 협상 때 미국이 의약품 분야 협상장을 박차고 나가자 우리 협상단에도 철수를 지시, 미국 측을 놀라게 만들었다.

두 사람의 신경전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것은 지난 5차 협상 때의 기자회견이었다. 커틀러 대표가 “쌀 문제도 곧 논의하겠다”며 한국의 ‘아킬레스건(腱)’을 건드리자 김 대표는 바로 “쌀 문제는 이번 협상에서 전혀 언급되지 않았고 앞으로도 (미국이) 한마디도 못 하게 하겠다”며 맞불을 질렀다.

이들의 협상 스타일은 대조적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김 대표는 상대방이 거부하기 힘든 기본적 수준의 요구에서 출발, 서서히 요구의 수준과 강도를 높여가는 전략을 구사한다면, 커틀러는 반대로 받아들이기 힘든 요구를 먼저 내놓고 버틸 때까지 버티다가 마지막에 진짜 협상안을 내놓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외무 관료인 김 대표는 외국산 담배 개방, 마늘 협상, 자동차 시장 개방 등 굵직한 통상 협상을 깔끔하게 마무리 해 통상협상 전문가의 명성을 굳혔다. 커틀러 대표는 칼라 힐스와 샬린 바셰프스키, 수전 슈워브 등 미국 여성 통상전문가 계보를 잇는 적자(嫡子)다.

커틀러 대표는 지난 2월 워싱턴에서 열린 7차 협상장에 일곱 살 된 아들을 데리고 나타나는가 하면, 협상 때문에 아내의 출산을 놓친 우리 측 대표에게 축하 편지와 축하 선물을 전하는 등 자상한 어머니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협상장의 검투사’라는 김 대표는 평소 패러글라이딩과 수상스키, 스노보드 등을 즐기는 익스트림 스포츠의 마니아다. 한·미 FTA 협상을 “1차 협상이 탐색전이라면 2차는 샅바 잡기, 3차는 힘쓰기, 4차는 배지기가 될 것”이라고 씨름에 빗대기도 했다.

두 사람은 2005년 11월 부산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 준비 대표단의 멤버로 만난 이후 1년5개월째 ‘파트너’로 지내왔다. 고된 협상 과정에서 “우리는 전생에 검투사(gladiator)였나 보다”(김 대표)며 서로를 위로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사석에서 커틀러 대표에 대해 “강하면서도 유연하며, 공동의 이익을 위해 노력하는 좋은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커틀러 대표 역시 김 대표를 “매우 강인하고 훌륭한 협상가”라고 치켜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