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중국 인민들의 최대 화제는 단연 중국판 ‘알박기’다.

3월부터 중국 언론은 물론이고 전 세계 매스컴에 ‘대박’을 터뜨린 이 중국판 알박기사건은 집 한 채의 철거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작은 이야기다. 하지만 그 속엔 중국 사회의 미래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의미가 담겨 있다.

알려진 대로 알박기란 재개발 예정지에 미리 땅을 사 둔 뒤 개발을 방해하다가 많은 돈을 받고서 땅을 파는 불공정 상행위다. 알박기의 중국말인 ‘딩쯔후(釘子戶)’는 우리말로는 ‘못 집’ 정도로 옮길 수 있는데, 이 말을 졸지에 유행어로 만든 인물은 충칭(重慶)시의 철거지역 주민 양우(楊武)·우핑(吳萍) 부부다.

이들은 시 정부와 개발업자의 설득과 압력에도 불구하고 철거를 거부하며 약 2년을 버티고 있다. 주변 가옥 280채가 모두 철거된 지난해 10월부터는 이 집 한 채만 달랑 남았다. 주변 지역이 모두 20여m 깊이로 파헤쳐진 뒤 공중에 고도(孤島)처럼 덩그러니 남은 이 집은 서방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사진이 실리면서 순식간에 전 세계의 주목을 끌기 시작했다.

양씨는 부모 세대 때부터 60여년간 이 집에서 살아 왔으니 재개발 직전에 땅을 사서 되파는 사전적 의미의 ‘알박기’는 아니다. 하지만 양씨 부부가 철거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보상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알박기의 한 유형으로 볼 수도 있다. 남편 양씨는 이미 단전(斷電)·단수(斷水) 조치가 된 이 집에서 비상 식량으로 버티고 있고, 부인 우씨는 집 아래에서 “우리가 집을 잃으면 정부는 민심을 잃을 것”이라며 언론 플레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들은 “충칭시장 나오라”며 불퇴전의 자세다.

놀라운 것은 어쩌면 이기적 행동으로 보일 수 있는 이들의 버티기에 전국의 수많은 인민들이 호응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양씨 부부 집 주위엔 지지자들이 밤늦게까지 남아 철거반의 급습으로부터 이들을 지켜 주고 있고, 지지 세력도 전국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그동안 강제 철거에 대한 인민들의 억눌린 원성이 알박기를 계기로 분출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 공산당이 당황할 만하다. 당 선전부는 처음엔 설득작전으로 나가다가 최근엔 국내 언론사들에 보도 지침을 내리는 등 강경 입장으로 선회하고 있다. 특히 전국의 수많은 예비 ‘딩쯔후’들이 양씨 부부를 본받아 너도나도 ‘버티기’에 들어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중국 지도부는 최근 ‘의법치국(依法治國)’을 주창해 왔지만 알박기 때문에 난처하게 됐다. 철거를 밀어붙이자니 민심 이반이 걱정되고, 그대로 두자니 전국 확산이 우려된다. 오는 10월 중국의 사유재산보장법인 ‘물권법’ 발효를 앞두고 이 사태를 주시하는 해외 언론들의 시선도 부담스럽다.

알박기사건은 인터넷에서 더욱 괴력을 발휘하고 있다. 중국 인터넷에는 양씨 부부를 응원하는 댓글이 1000만 건 이상 떠올랐다. 또 휴대폰 카메라, 디지털 카메라, 유튜브 등이 총동원돼 현장 모습이 거의 실시간 동영상으로 전 세계를 돌고 있다. 중국 당국이 인터넷의 관련 파일을 끊임없이 삭제하고 있지만 숨이 차다.

양씨 부부는 중국 전역의 철거민들에게 권력에 맞서 사유재산을 사수하는 영웅으로 떠올랐다. 훗날 역사는 중국 공산당이 알박기 하나를 이겨내지 못했다고 기록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중국에 사유재산 보호와 법치, 민권 신장을 가져온 소중한 불씨로 기록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