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는 러시아 올리가르히들에 의한 대규모 부동산 투자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시가 600만 파운드(약 107억원)가 넘는 런던 시내 부동산 가운데, 38%와 25%를 영국인과 러시아인이 각각 사들였다. 외국인 투자로서는 미국과 중동의 부동산 구매자들을 훨씬 앞지른 1위다. 이들은 영국 내 집과 땅을 구입하는데 2000년에는 9300만 파운드, 2004년에는 3억 9600만 파운드, 2006년 상반기에는 7억9900만 파운드를 쓴 것으로 집계됐다. 2000년 이후의 총 투자액수는 22억파운드(약 3조9000억원)로, 이는 웨일스 남부에 있는 인구 5만여 명의 도시 머서티드빌 지역 전체 집값과 맞먹는 수준이라고 한다.

영국 축구클럽 ‘첼시’를 사들였던 올리가르히의 대표 주자인 로만 아브라모비치는 런던 남부의 상류층 지역인 벨그레이비어와 서부의 나이트브리지에다 각각 주택 4채를 사들이는 등 지난 2년 동안 5000만 파운드를 부동산에 투자했다.

지난 2000년 푸틴 대통령 집권 이후 크렘린과의 갈등을 피해 런던으로 망명한 석유 재벌 보리스 베레조프스키 역시 1000만파운드가 넘는 호화 저택에 살고 있다.

올리가르히들이 영국을 선호하는 이유는 외국인이 아무 제약 없이 집을 살 수 있을 뿐 아니라 돈 출처를 묻지 않기 때문에 외화 도피나 투기에 용이해서다. 또 지리적으로 러시아에서의 접근성이 용이하고 활동에 전혀 지장이 없다는 장점도 있다.

이 때문에 모스크바에는 올리가르히 고객들을 위해 런던의 고급주택 매물만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대규모 부동산 회사가 10여 개 생겨났을 정도다. 러시아 유력 일간(日刊) 이즈베스티야는 “템즈 강변에 새로운 모스크바가 생겼다”고 보도한 적도 있다.

한편, 영국 언론은 이러한 올리가르히의 투자붐에 대해 2008년 대선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물러나면 러시아가 더 강도 높은 반(反)재벌 정책을 펴고 다시 닫힌 사회로 돌아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