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가평과 광주광역시 등에서 중·고등학생 집단 성폭행사건이 속출하자 학부모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 특히 딸을 둔 부모들은 “아이를 학교에 보내기가 겁이 난다”며 충격에 빠졌다. 〈본지 3월 29일자 A3면 참조〉

29일 오후 4시쯤 경기도 남양주의 D중학교 정문 앞. 하교시간이 가까워지면서 좁은 도로변에 승용차들이 모여 들더니 30여대가 줄을 섰다. 수업을 마친 자녀들을 데려가기 위한 학부모 차량들이었다. 최근 전국 곳곳에서 발생한 학교 폭력과 성폭행 사건에 겁이 난 학부모들이 “경찰도, 학교도 못믿겠다”며 자녀를 직접 보호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올초부터 하교시간 정문 앞에 차량을 대기시키고 있다. 아이들을 기다리던 학부모들은 특히 학내에서 6차례나 발생한 가평의 중학생 집단 성폭행·성추행 사건에 대해 치를 떨었다. 중학교 3학년 딸을 둔 김민정(여·39)씨는 “가평 성폭행 소식을 듣고 한동안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무서웠다”고 말했다. 역시 중학교 3학년 딸을 둔 김태순(39)씨는 “이젠 아이를 한시라도 눈밖에 벗어나게 하기가 무섭다”고 말했다.

자녀 기다리는 부모 차량들

◆공포에 질린 학부모들

인천에서 중3, 중1, 초등학교 3학년 딸 셋을 키우는 최은미(여·43)씨는 “성폭행 소식을 들을 때마다 소름이 끼친다”며 “요즘엔 중학생 딸이 학원을 마치는 밤 10시30분이면 남편을 보내 딸을 데려오게 한다”고 말했다.

서울 상계동 상경중학교 1학년생 딸을 둔 정양순(45)씨도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딸이 휴대폰 단축키를 누르면 본인의 휴대폰으로 ‘엄마, 지금 위급한 상황에 처해 있어요’라는 문자 메시지가 오는 서비스에도 가입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의 초등학교 6학년생 딸을 둔 김모(41)씨는 “앞으론 같은 반 남학생이라도 항상 조심하라고 딸에게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잇단 성폭행사건에 학교들도 비상이 걸렸다. 서울 금천구 독산동 한울중학교는 28일부터 교사들이 주 3회 6명씩 조를 짜서 교무실에서 거리가 먼 체육관 등 시설을 순찰하기 시작했다. 서울 광진구 자양동 건대부중은 교사들이 매일 체육관, 음악실, 미술실, 운동장 외진 곳 등을 둘러보고 있다. 김진훈(31) 교사는 “교장선생님이 매일 아침마다 ‘학생 안전에 신경쓰라’고 훈시를 할 정도로 학생들의 신변 보호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 자율 방범대까지 등장

주민들이 자녀를 성폭력 위험에서 구하기 위해 자율 방범대를 결성하는 경우도 생겨났다. 인천 계양구 계산 4동 주민자치센터에는 매일 밤 9시면 주민들이 어깨에 오렌지색 야광띠를 두르고 거리로 나선다. 호루라기와 사이렌 소리를 내는 신호봉을 지참한 채 10명씩 조를 지어 후미진 공원, 학교나 아파트 뒤 골목길, 유흥업소 거리를 밤 12시까지 순찰한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성문화활동팀 신은숙 활동가는 “학부모가 아무리 자녀를 보호하려고 해도 성폭행을 완전히 예방하기가 쉽지 않다”며 “성폭행이 얼마나 무서운 범죄인지를 청소년들이 깨닫게 하는 교육과 강력한 처벌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