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2007학년도) 대학입시에서 전국의 6개 자립형 사립고가 대약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6개 자립형 사립고(자사고) 졸업생이 2007학년도 입시에서 전국 대학의 의예과, 치의예과, 한의예과 등 의학 계열에 합격한 수는 작년보다 60% 늘어난 218명이었다. 이는 자사고 졸업생의 13%에 해당한다. 또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이른바 ‘스카이(SKY) 대학’에 붙은 합격자 수도 전년도보다 28% 늘어나, 자사고 졸업생 4명 중 1명이 합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본지가 입수한 입시전문 업체 하늘교육의 6개 자사고 합격자 수 분석 결과, 자립형 사립고의 대입 결과가 갈수록 나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립형사립고는 일반적인 인문계나 실업계 고등학교와 달리 교육과정 편성 등 학교 운영에서 자율성을 갖는 학교다. 수도권에는 아직 한 곳도 없다.

현재 고교평준화 체제에서 우수 학생들이 선택해 갈 수 있는 고교는 자립형 사립고와 특목고인 외국어고·과학고가 있다. 그러나 정부는 평준화 해체 우려와 사교육의 주범이라는 이유로, 이들 학교의 설립 확대에 반대하고 있다.

자사고의 이 같은 의학계열 약진은 우선 자연계열을 지망하는 우수학생이 과학고에 이어 자사고를 택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전국적으로 과학고는 정원이 외국어고보다 훨씬 적어 입학 문이 좁은 데다, 그동안 의학계열에 많이 진학한 외고는 정부가 자연계 반을 운영하지 못하게 규제함으로써 의학계열 진출이 크게 줄었다.

이에 따라 자연계 적성이지만 과학고에는 갈 성적이 안 되거나 과학고의 공부 방식이 잘 안 맞는 중학생들은 자사고로 방향을 바꾼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 평준화에서 자사고로 바뀐 지 5년째인 학교들이 두 번째 '자사고 졸업생'을 배출하면서 과거의 시행착오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도 주요 이유로 꼽히고 있다.

평준화 고교 때는 다른 수준의 학생들이 한 교실에서 획일적인 과정을 배워야 했고, 자사고로 바뀐 직후에도 학교 분위기가 평준화 체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수준에 맞고 자율적인 수업을 정착시키면서 학생들의 학력이 높아진 것이다.

전주의 상산고, 부산의 해운대고, 울산의 현대청운고가 바로 이런 경우다. 실제로 작년보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3개대와 의학계열에 붙은 합격생 수가 많이 늘었다.

상산고의 의학계열 합격자 수는 작년의 세 배가 넘는 70명이며, 서울대·연세대·고려대 합격자 수도 전년보다 83% 늘어난 128명이다. 해운대고의 의대 합격자 비율은 10명 중 3명꼴로 작년보다 48% 늘어났고, 서울대 등 3개 대학의 합격생은 35% 증가했다. 울산 현대청운고는 서울대 등의 합격생 수는 작년보다 줄었지만, 의대 합격생은 졸업생의 23%에 달했다.

현대청운고 한태형 교장은 "1~2학년은 영어·수학에 한해 상·중·하 수준별 수업을 실시하고, 방과후 학교 수업의 경우 아이들은 원하는 교사와 수업을 신청해 듣는다"며 "학생들은 2학년 때 고교 3년 과정을 모두 마치고, 3학년 때는 수능과 논술에 주력한다"고 말했다.

해운대고 정형규 교무부장은 "일반 인문계 고교와 다르게 고급수학, 고급물리, 고급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교과를 통해 학생들이 심화 학습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사고의 이 같은 대입 성적은 특목고보다 불리한 환경하에서 예상 밖의 일로 평가받고 있다. 특목고 학생이나 자사고 학생 모두 내신에서 일반 인문계 고교에 비해 불리하다. 그러나 특목고는 어문 계열이나 과학 계열로 갈 경우 유리한 특기자 전형 등이 있지만, 자사고는 그런 혜택이 없다. 해운대고 신진철 교감은 "자사고 학생들이 여러 여건이 불리한데도 좋은 대학에 많이 가는 것은 학교가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