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본에서 가장 '튀는' 인물은 단연 아베 신조(安倍晋三·53) 일본 총리의 부인 아키에(昭惠·45) 여사다. 그녀의 패션은 '아키에 스타일', 웃는 얼굴은 '아키 스마일'로 통한다.
총리 부인으로는 처음으로 개인 블로그를 개설해 사생활을 공개하는가 하면, "아이들 못낳아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잡지에 털어놓는 등 파격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젊고 매력적이고, 자기 주장이 분명한 것도 아키에 여사가 일본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비결이다. 최근 40% 안팎으로 추락한 아베 총리의 지지율을 그나마 부인 아키에 여사가 버텨주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알려진 대로 그녀는 열렬한 한류팬이다. 한국 드라마와 영화는 거의 빼놓지 않고 보고 있고, 한·일 교류 이벤트에 참석해 손수 김치를 담그기도 한다.
본보는 지난 27일 아키에 여사와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인터뷰는 신문사를 한번 견학하고 싶다는 아키에 여사 본인의 희망에 따라 특파원 사무실이 입주한 마이니치신문 편집국 인터뷰 룸에서 이뤄졌다. 모노톤의 감색 양장을 맵시있게 차려 입고 인터뷰 룸에 나타난 그녀는 “한국 언론에서 저를 잘 소개해줘서 고맙게 생각한다. 앞으로도 좋은 이미지가 계속되도록 노력하겠다”며 말을 꺼냈다. 최근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아베 총리에게 쏟아지는 비판을 의식한 듯, “이웃나라”라는 표현을 자주 쓰면서 대답하기 힘들거나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한국말로 답하기도 했다(아베 총리는 인터뷰 하루 전인 26일 국회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과했다).
아키에 여사는 듣던 대로 솔직하고 감정표현이 풍부했다. 기자에게 “넥타이 색깔이 맘에 든다. 누가 고른거냐”고 물어보는가 하면, 한류와 관련된 자신의 보도와 관련해 “저한테 직접 확인하고 써주세요”고 주문하기도 했다.
―한국말을 잘하는데, 언제부터 어떻게 공부했나
"아직 잘 못해요(한국말로). 친하게 지내는 한국인 친구의 도움을 받아가며 공부를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한국 드라마만 봤다. 한글이 일본말과 문법도 비슷하고 해서 간단하게 생각했는데, 중간에 좌절해버렸다. 남편이 '모처럼 시작한 공부가 아까우니 계속 하는게 어떠냐'고 권하길래 총리 공저로 이사와서도 계속 선생님을 모시고 공부를 계속하고 있다."
―한국인 친구들이 많은가
"정말 친하게 지내는 한국인 친구는 2~3명 된다. 한국의 예술인촌에서 작품활동을 하는 친구가 있는데 정말 좋은 곳이라면서 꼭 한번 와보라는 이메일을 어제 받았다. 그리고 남편 지역구가 부산과 가까운 시모노세키이다 보니 많은 한국분들과 친하게 지내고 있다"
―개인 블로그를 개설해 사생활을 공개하고 있는데.
"총리 가족의 평소 생활 등을 솔직하게 전달하고 싶었는데 여러가지 어려움이 많다. 요즘은 어린이 보호시설 등 내 둘러본 곳, 만난 사람들을 많이 소개하고 있다. 가령 해외 공식 방문도 미디어에 일부밖에 보도되지 않는 것 등을 사진을 곁들여 전달하고 있다. 처음 밝히는 이야기인데 몇주안으로 내 개인 블로그의 한국어 버전을 만들 것이다. 열심히 글을 번역해 올리면서 한국말 공부를 계속할 것이다."
―일본에서 '퍼스트 레이디'가 이렇게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처음 아닌가.
"전임 고이즈미 총리가 부인이 없었기 때문에 오랜만에 총리 부인이 등장한데다, 역대 총리부인중에는 젊은 축에 속하니까 주목을 받고 미디어에 나올 기회가 많은 것 같다. 별로 재능과 능력도 없는데, 이런 입장이 되고 나서 나름대로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이 없을까 지난 반년동안 암중모색해왔다"
―'튄다'는 이미지에 대한 생각은
"내 사고방식이 특별히 현대적이라든지 그런 것은 아니다. 남편을 제치고 앞에 나선다는가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 일본 여성의 장점을 살려나가고 싶다. 항상 조심하면서 일본의 좋은 면을 세계에 어필하고 싶다"
―아키에 여사의 높은 인기가 아베 총리의 지지율을 받쳐주고 있다는 말이 있다.
"그렇지 않다고 본다. 지역구에선 남편 선거를 도우고 하지만, 나 때문에 그렇다고 보지 않는다. 남편의 이미지를 실추시키지 않기 위해 조심할 뿐이다."
―정치가로서의, 또 남편으로서 아베 총리를 어떻게 평가하나?
"우리 부부는 아이 없으니까 결혼 이후부터 변한 것은 없다. 여덟살 나이차가 있지만 친구 같은 사이다. 결혼하기전에는 다툰 적도 있지만, 결혼하고 나서는 한번도 싸운 적 없다. 내가 화를 내도, 남편은 열심히 챙겨준다. 남편은 자기가 할 일은 잘 하고 있고, 내 의견을 잘 들어준다. 남편으로서 참 좋은 사람이다(웃음). 정치가로서 신념을 관철하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정치가라고 생각하고 있고, 남편이 하는 일이니까 옳다고 생각하고 싶다"
―작년 문예춘추 11월호에 기고한 수기에서 본인의 불임사실을 대해 밝혔는데.
"추측으로 여러 오해가 생기기 전에 먼저 밝히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많은 분들이 내가 아이가 없는데 대해 궁금해했다. 한국도 비슷하지만 일본은 지금 여성들의 저출산이 큰 문제다. 나라 전체가 어떻게 하면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까 고민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도 아이가 없어 고민하는 분들도 있고, 나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생각중이다. 지금 남편은 '아름다운 나라 일본'을 만들기 위해 교육개혁에 힘을 쏟고 있다. 나는 총리 부인이 되고 나서 여러 사회복지시설 등을 다녔는데, 아름답지 못한 부분도 있었다. 특히 어린이들이 학대 받는 문제 등을 실제로 접하면서 뭔가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미래를 짊어질 어린이들이 소홀하게 대접받는 것은 슬픈 일이다."
―아베 총리에 정치적 조언을 하나.
"정치가의 아내로서 정치에 흥미는 갖고 있지만, 정책 조언은 하지 않는다. 어린이 시설 등 사회복지 시설을 많이 다니면서 일본에 무엇이 부족한지 문제의식은 갖고 있다. '오늘 어디를 가니 이런 의견도 있더라'는 식으로 그걸 남편에게 보고는 한다"
―최근 총리 공저에 각국 대사 부인들을 불러모아 요코다 메구미씨의 납치사건을 다룬 영화를 감상했는데, 반응은 어땠나?
"올들어 5차례로 나눠 100개국의 대사 부인들이 참석했다. 많은 참석자들은 그 영화를 보고 공감했고 슬픔을 느꼈다고 했다. 납치문제에 관심이 없던 분들이 납치문제의 실체를 알고 나서 '뭔가 가능한 것을 하고 싶다'는 의견도 나왔다."
―최근 본 영화 중에 인상에 남는 영화는
"얼마 전에 한국 영화 '왕의 남자'를 재미있게 봤다. 남편이 총리가 되기 전에 '올웨이즈 3번가의 석양'을 두번이나 봤다. 1950년대 일본이 가난했던 시기의 인정을 묘사한 영화인데, 그 시절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다"
―아베 총리가 관방 장관에 취임하기 직전인 2005년 9월 말 서울을 방문해 박용하와 함께 골프를 쳤다고 들었다.
"어떻게 아느냐. 한류 관련해 나에 대한 보도가 많이 나왔는데 그중에는 맞는 것도 있고, 틀린 것도 있더라. 박용하씨의 사진을 핸드폰 프런트 페이지에 올려서 다닌 적은 있지만, '용사마'가 도쿄에 왔을때 남편을 졸라 같은 호텔에 하루 숙박했다는 이야기는 틀린 이야기다. 앞으로 확인해서 좀 써주세요"
―작년 크리스마스 때 유명 가수 아그네스 창의 초청을 받은 모습과 고급 요리 사진을 블로그에 올린 것을 놓고 일부 잡지에서 '상류의식이 지나치다'는 비판이 있었다.
"아그네스 창은 남편의 오랜 친구다. 총리가 되기 훨씬 이전부터 친구사이로 함께 어울리며 식사를 하거나 세계의 문제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는 사이다. 모처럼 즐거운 자리를 가졌는데 그것이 비판을 받는다면 어쩔 수 없는 일 아니냐. 변명하고 싶지 않다"
―패션이 언제나 '아키에 스타일'로 화제가 되고 있다. 아베 총리의 옷도 직접 골라주나.
"남편도 자신의 취향이 있다. 이전에는 TV에 출연할 때는 넥타이를 골라줬는데, 요즘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그러지 않는다"
―아베 총리와 처음 데이트한 날 50분 기다리게 했다는 얘기가 있는데.
"50분이 아니고 40분쯤 기다렸을 것이다. 내가 잘못해서 기다리게 한 게 아니고, 약속 장소에 데려다 주기로 한 사람이 갑자기 사라져 그렇게 됐다. 그때는 휴대전화도 없던 시절이고, 약속장소를 찾는데 시간을 많이 뺐겼다"
―퍼스트 레이디로서 지난 반년 간 가장 인상에 남는 일은
"남편과의 해외방문이다. 그 전에 남편과 다닌 일이 없었는데, 나는 외국을 나가는 것이 좋고 남편과 함께 있고 싶기 때문에 앞으로도 외유에는 따라다닐 것이다. 작년 말에는 베트남에서 부시 대통령 부인 로라 여사를 만났는데, 매우 따듯한 느낌을 주는 분이었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확실하게 챙긴다는 느낌을 받았다. 로라 여사에게는 25명의 스탭이 딸려있는 등 미국의 퍼스트레이디로의 역할이 확립돼 있다는 사실을 알고 압도당했다."
―한일관계는 항상 흐렸다 개었다가 하는데 앞으로 어떤 관계가 됐으면 하나.
"한류 붐은 정말 좋은 계기였다. 일본에선 연령를 불문하고 모든 여성들이 열렬한 한국팬이 됐다. 한국에서도 제이팝, 일본 만화 등이 널리 확산됐다. 이웃끼리 솔직하게 교류해나가면, 반드시 좋은 관계가 쌓여나갈 것이다. 한국에 가면 항상 느끼는 점인데, 한국 사람들은 활력이 있고, 거리에도 활기가 넘쳐난다. 그런게 너무 맘에 든다. 일본은 거리가 깨끗하게 정리돼 있지만, 그런 파워나 활기가 한국을 따라가지 못한다. 서로 좋은 점을 배우면서 그렇게 지내면 된다."
―요즘 신문에 많이 보도되는 현안('위안부'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나
"잘 해결될 것이다. 나라관계도 인간관계와 같은 것 아니냐. 상대가 싫어하면 좋아하기 힘드는 것 아니냐.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나쁜 것만 보려하지 말고, 좋은 점을 많이 보고 그런 것이 필요한 거 아닐까. 한일 두 나라는 서로 닮은 것도 많고, 서로 협력하면서, 함께 아시아의 리더로서 환경문제 등 여러 분야에서 협력해 나가는 관계가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