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면서 점점 벼랑 끝으로 밀리는 형국이다. 부시는 내후년 1월 퇴임 때까지 22개월의 임기가 남아 있지만, 국내외 정책에서 뭣하나 제대로 되는 것이 없는 실정이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25일, “역대 어느 대통령이나 어느 정도 레임덕을 겪었으나 부시는 전망이 그보다 훨씬 더 나쁘다”고 분석했다.

◆공화당 내서도 ‘이라크전 탄핵’ 거론

철군 압력이 고조되어온 이라크전 상황은 급기야 공화당 일부 중진의원들로부터 ‘탄핵’이 거론되는 지경으로 번지고 있다. 척 헤이글(Hagel) 상원의원은 이날 “어떤 대통령이든지 ‘국민과 의회가 뭐라고 하든 상관없이 내 길만 가겠다’고 한다면 그걸 다룰 ‘다른 방법’이 있다”고, 탄핵이 한 옵션이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라크 상황은 민주당이 장악한 의회와의 대치를 재임 이래 최고조에 올려놓았다. 하원이 내년 9월까지 철군을 조건으로 1240억 달러의 전비(戰費)법안을 통과시킨 데 이어 상원도 이번주부터 내년 3월 말까지 철군조건부 전비법안 심의에 착수했다. 이들 법안은 강제성은 없다. 그러나 통과되면 '전쟁 대통령'의 권위와 입지는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곤잘레스 법무 낙마는 시간문제

작년 말 연방검사 8명을 무더기 해임한 사건도 부시에게 불리하게 돌아간다. 공화당 중진인 알렌 스펙터(Specter) 상원의원 등 공화당 의원 3명이 이날 알베르토 곤잘레스(Gonzales) 법무장관의 '정직성'을 일제히 문제삼으며 해임요구 대열에 동참했다. 곤잘레스 장관은 원래 이 사건에 자신이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작년 11월 27일 그가 연방검사 해임 회의에 참석한 사실이 최근 드러나 '거짓말' 공방으로 번졌다. 부시가 곤잘레스를 완강히 감싸는 것은 현 정부에 남은 몇 안 되는 부시의 '텍사스 사단' 중 일원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국정 주도권 사실상 상실

임기 말 '조기 레임덕'에 빠진 부시의 가장 큰 문제는, 자신이 올해 아젠다로 설정한 국내 주요 정책들에 대한 추진력을 전혀 얻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체에너지 개발, 교육개혁(낙제학생방지법 개정), 포괄적 이민법안 처리, 의료·연금제도 개혁 등 부시가 야심차게 밀어붙여온 정책현안 법안들은 공론화되지도 못한 채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다. 북한 핵문제도 방코델타아시아(BDA) 내 북한 자금의 송금 차질이라는 예상 외 암초에 부딪혔다.

일부에선 부시가 공화당 지지층을 결속하려고, 의도적으로 민주당과의 대립 국면으로 끌고 간다는 분석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