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보〉(1~17)=이창호나 이세돌 쯤 되는 기사들이라면 얘기가 좀 다르겠지. 하지만 대다수 프로들에게 이런 기회는 좀체 반복해서 찾아와주지 않는다. 세계 대회 결승 진출 티켓이란 얼마나 매력적인 전리품인가. 여기까지 올라올 줄 아무도 예상 못했던 두 기사가 숨 소리를 죽이며 마주 앉았다. 대국이 시작되자 마자 저우쥔쉰(周俊勳)이 손수건을 꺼내 땀을 닦더니 부채질을 시작한다. 갑자기 추워진 바깥 날씨가 무색하다.
1, 3, 5의 포진이 낯익다. 기억을 되살려 보니 2년 전 농심배서 이창호가 ‘기적의 5연승’을 연출할 때 자주 등장했던 포석. 그는 당시 흑 5 이후 참고도의 진행으로 큰 재미를 보았었다. 그러나 백이 곧바로 6으로 벗어난 것을 보면 사전 연구가 돼있었던 모양이다. 7로는 ‘가’도 좋은 자리. 12까지 지극히 무난한 진행이다. 탐색전 속에서 백 4에 9분, 흑 7에 10분 등 손길도 전에 없이 신중하다.
13부터 18까지 마치 순장바둑을 연상시키는 기묘한 포진이 이뤄졌다. 은인자중 하던(?) 양측 군대가 마침내 궐기해 정면으로 격돌할 조짐이다. 17로 벌림 겸 협공 자세를 취했을 때 백의 다음 수를 알아맞혀 보시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