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 베를린회담에 이어 2·13 베이징합의가 이뤄지고, 그 후속 조치들이 가시화되자 한반도의 해빙(解氷)을 알리는 각종 정상회담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아직은 국내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지고 있고 구체적 움직임이 포착된 것은 아니다.

정부 당국자들은 “정치권이 너무 앞서가고 있다”고 하면서도 가능성에 대해서는 “잘 풀려가면 불가능하기야 하겠느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6·15, 8·15 남북정상회담

남북정상회담 논의는 이미 가시권에 들어온 상태다. 북한 방문을 마치고 12일 귀국한 이해찬 대통령 정무특보는 “북측에 정상회담 문제를 제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시기에 대해서도 4월 이후라고 했다.

열린우리당과 탈당파 의원들은 최소한 이 문제에 대해서는 거의 이견이 없다. 이재정 통일부장관 등 정부 고위당국자들도 "준비 중인 것이 없다"고 하면서도 "정상회담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6·15'든 '8·15'든 북한의 선택만 남은 셈이다.

2000년 정상회담 때와 같이 '뒷돈'(당시 5억 달러)을 줄 수 없는 것이 걸림돌이란 지적에 대해 "현금이 아닌 대규모 사회간접자본 지원으로 대체 가능"(서재진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미·북 관계 개선 촉진, 남한 대선 개입을 위한 정치적 이유"(남성욱 고려대 교수) 등의 반론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상회담을 하더라도 장소는 개성 등이 되거나 중국 등 제삼국이 거론된다. 김정일 위원장이 남한에 오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미·북, 남·북·미, 남·북·미·중 정상회담

한나라당 정형근 최고위원은 "6~7월에 한반도에서 남·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고 했다. 이해찬 전 총리의 방북길에 동행했던 이화영 열린우리당 의원도 이런 분석에 동의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북한의 경우 '남·북'보다는 '남·북·미'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 것으로 분석했다. 국책 연구기관의 한 연구원은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개선 촉진 등 파장을 감안한다면 남·북·미 정상회담을 선호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여기에 정전협정의 한 당사자인 중국까지 포함해 정전협정에 종지부를 찍는 남·북·미·중 4자 정상회담을 예상하기도 한다. 13일 평화재단 주최 세미나에 참석한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신안보연구실장도 이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종전선언 등 평화체제 논의가 주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반면 남주홍 경기대 교수는 "미국은 남한 내 대선에 미국이 변수가 되는 것을 극도로 피하고 있다"며 "2000년 조명록-올브라이트 방문 때처럼 북·미의 고위당국자가 교차 방문하는 것은 모르지만 정상회담은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