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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경기도 화성시 비봉면에 있는 비봉초등학교였다. 집에서 학교에 가려면 큰 고개를 다섯 번 넘고 개울을 네 번 건너야 했다. 아이 걸음으로 등굣길은 한 시간 넘게 걸렸다. 훗날 아이는 “그때 산길을 걸으며 생긴 체력이 인생 사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회상한다. 판자로 만든 교실에는 마루도 깔려 있지 않았다. 비만 겨우 가려주는 교실에서, 아이들은 맨바닥에 가마때기를 깔고 공부를 했다. 점심시간이 되면 선생님들은 운동장에 가마솥을 걸어놓고 원조 받은 분유를 끓여 아이들을 먹였다.

지난 주말, 50년 전 학교를 다녔던 아이가 머리 희끗한 노신사가 되어 학교를 찾았다. 윤윤수(尹潤洙·62·사진) 휠라코리아(FILA Korea) 회장. 올해로 개교 75주년을 맞은 비봉초등학교 25회 졸업생이다. 윤 회장은 종종 '신화(神話)'에 비유된다. 1991년 이탈리아기업인 휠라 한국지사장에 취임하면서 의류 전문이던 휠라 브랜드에 패션신발 부문을 도입해 휠라 전 세계 매출 70%를 신발로 올렸다. 그는 당시 국내 최고연봉(2000년도 22억 원)을 받는, 월급쟁이들의 우상이었다. 그는 마침내 지난 1월 지주회사인 미국 SBI사로부터 전 세계 휠라 브랜드 사업권을 인수해 글로벌기업의 오너가 됐다.

윤 회장은 늘 "남 손가락질 받지 않고 부자가 된 건 순전히 초등학교 덕분"이라고 했다.

"이 운동장이 이렇게 작은 줄 몰랐어요. 어릴 적엔 진짜 컸었는데, 허허…." 윤 회장 감회가 새롭다. 교정을 함께 걷던 교장선생님에게 그가 물었다. "여기, 쓰레기 버리는 곳인가요?" 운동장 한편에 쓰레기가 쌓여 있다. 유정식(兪楨植) 교장이 대답했다. "나무를 심고 벤치를 놓아 숲 속 교실을 만들 자리입니다. 바깥에 축대를 쌓아야 하는데, 예산이 부족해 이렇게 방치하고 있습니다." 잠시 침묵하던 윤 회장이 입을 열었다. "아이들을 잘 가르쳐야지요. 학교에서 아이들은 많은 것을 배웁니다." 그는 그 자리에서 축대 신축기금 3000만원을 약속했다.

윤 회장이 말했다. "3학년 때부터 6학년 때까지 담임이셨던 심종찬 선생님(작고)께서 늘 그러셨죠. 성실해라, 정직해라,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라…. 어릴 적엔 와 닿지 않았지만 커갈수록 그게 맞는 거예요. 재주 피워 거둔 성공은 명이 짧지만, 미련해도 성실하고 정직하면 그 열매가 견실해요. 교훈(校訓)도 성실(誠實)이었습니다." 6년 내내 1등을 놓친 적 없던 아이는 외지로 나가 중·고등학교를 다녔고, 대학을 졸업하고 세상을 사는 동안에도 초등학교 때 배운 가르침을 잊지 않았다. .

"정신 없이 살다 보니 잘 찾게 되지도 않고…. 정말 보답을 해야 할 학교인데…." 마음을 좀처럼 내지 못하다가 10년 전 어느 날 처음으로 모교를 찾아갔다. 겉보기는 그 옛날과 비할 수 없을 정도였지만, 여전히 운동장에는 제대로 된 체육시설이 없었다. 가난했던 고향, 그리고 배를 곯고 다녔던 학교이기에 애착이 더하다. 윤 회장은 축구 골대와 농구대를 기증했다. 이듬해 급식실 식기와 테이블과 의자, 그리고 온풍기를 선물했다. 5년 전부터 매년 200만원씩 장학금도 내놓고 있다. 그는 지난주 본지의 '학교는 가난하다'라는 기획시리즈 기사가 나가자 지난 주말 또다시 학교시설용 발전기금을 출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