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학년도 통합논술 실시를 앞두고 서울대와 연세대가 지난달 22일과 23~26일 각각 모의 논술고사를 실시했다. ‘맛있는 논술’은 수험생들에게 더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조선일보 논술 네트워크 자문단과 입시전문가들에게 두 대학 논술모의고사 문제의 분석을 부탁했다. 이들의 분석결과를 보면, 인문계열은 ‘출제에 교과서를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과목 영역을 넘는 문제가 출제됐다는 점’이 서울대와 연세대의 공통적인 특징이었다. 자연계열에서는 두 대학의 차이가 지적됐는데 서울대는 수리 영역과 과학 영역 간의 통합 시도가 뚜렷한 데 비해, 연세대는 두 영역 간의 분리 현상이 나타났다.
인문계열
서울대·연세대의 모의 논술문제는 인문계열 수험생들에게 크게 두 가지 시사점을 던져 준다고 전문가들은 밝혔다. 첫째, 교과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출제된 문제의 상당수가 교과서에 있는 지문을 출제하거나 간접적으로 연결됐다. 둘째, 교과서를 중심으로 공부하더라도 개별교과의 내용을 단순 암기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과목 내용을 서로 연결시켜 이해해야 쓸 수 있는 문제들이 대부분이었다.
첫번째 시사점과 관련해, 두 대학 모두 "교과서 내용을 반영하기 위해 애썼다"는 분석이 많았다. 서울대는 제시문 중 절반 이상을 교과서 지문을 그대로 발췌했다. 동북고 강방식 교사는 "전반적으로 교과서 제시문을 활용하기 위해 애쓴 흔적이 처절할 정도"라며 "이젠 서울대 제시문이 어렵다는 비판은 설 자리가 없어졌다"고 분석했다.
연세대는 서울대처럼 교과서 제시문을 내지는 않았지만 교육과정에서 다루는 내용을 이용하면 대부분 풀 수 있는 문제를 출제했다. 자문단은 "연세대 문제는 교과서 개념과 상당히 밀접하기 때문에 2007학년도 예시문항보다 오히려 교과서 비중이 더 커졌다"고 분석했다. 교과서 활용을 강조하다 보니 "논제가 너무 평이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통합교과적 사고가 필요하다는 두 번째 시사점과 관련해서도 분석은 일치했다. 예를 들어 성삼문의 '절명시(絶命詩)'가 제시문으로 나온 서울대 1번 문항은 문학과 윤리 과목이 연결된 문제였다. 2번, 4번 문항 역시 정치, 도덕, 사회·문화, 경제지리 등 사회과목 내 여러 과목을 통합했다.
연세대도 도표를 분석하는 수리적 분석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인문사회 과목들이 통합된 '언어 논술'이라는 평이다. 바람직한 인간관계 대한 문항 2를 풀기 위해 학생들은 윤리·국어·작문과목에 대한 사고를 한꺼번에 해야 했다.
두 학교의 또 다른 공통점은 학생들이 '단계적 사고과정'을 밟으면서 답안을 작성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서울대는 논제 1을 확실히 이해하지 않고선 논제 2를 풀 수 없을 정도였다. 자문단은 "이런 출제 경향은 '결과'보다 '과정'을 평가하겠다는 통합논술의 특징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자문단은 "통합논술을 위해서는 통계와 표를 해석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연세대는 제시문(라)에서 '변호사 수'에 관한 통계 자료를 제시했고 서울대는 조건부 확률의 개념을 이용하도록 했다. 서령고 최진규 교사는 "통계자료를 분석해 각종 사회문제를 해결할 대안을 제시하는 문제는 시대적 요청이며 반드시 출제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논술을 정착을 위해 두 대학이 더욱 정교하고 다양한 문제를 개발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한 고교 교사는 "지금까지 출제된 서울대 문제는 한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다양한 교과 별로 접근해 사고하는 문제가 주를 이뤘는데 점자 유형화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자연계열
'교과 통합'의 양상과 관련해 서울대와 연대 사이에 차이가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우선 서울대는 수학과 과학 간 교과 통합이 뚜렷했다. 서울대는 문항 1에서 생물 교과의 'DNA의 염기 서열'과 수리 영역의 '행렬'에 대한 이해를 통합적으로 요구했다. 이에 비해 연대는 수리와 과학과목의 통합 없이 분리해 출제했다. 수학 문제인 문항 1,2에서는 '구분구적법'과 '수학적 귀납법과 순서도' 등 수학적 기본 개념을 물었다. 특히 구분 구적법에 대한 문제의 경우 '구하는 법'을 알아야 하는 것은 물론 '왜 이렇게 구하는지'도 알아야 할 정도로 꽤 까다롭게 출제됐다는 평이다. 과학 문제인 문항 3은 물의 순환과 관련된 다양한 분야의 과학적 기본 개념을 물었다.
하지만 두 학교의 문제에서 과학 교과 간 통합은 공통적으로 발견됐다. '천체의 운동'에 관한 서울대 문항 3의 경우 과학, 지구과학, 물리 등 3과목이 연결돼 있었다. '매운 맛을 내는 원리'에 대한 문항 4도 화학과 생물 2과목이 연관된 문제였다. 연세대도 지구 과학, 생물, 화학 등 3과목이 연계된 문제를 출제했다. 자문단은 "과학에서 다루는 다양한 현상을 연결해 바라보는 이해력이 필수적"이라고 주문했다.
이런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인 수학·과학 원리를 정확히 이해하라. 그러면 어떤 문제도 답할 수 있다"는 당부가 나왔다. 서울대 1번 문항은 수리 영역의 '행렬' 개념을 정확히 알면 어렵지 않게 풀 수 있는 문제였다고 했다. 개포고 김규상 교사는 "서울대 문항 1의 경우 교과서에 정의된 행렬을 이용했으나 새로운 행렬의 정의와 형식으로 사고력 확장이 다소 필요하다"고 충고하기도 했다. 연세대 역시 도형의 부피를 구하는 방법 중 하나인 '구분구적법'을 명확히 알면 이와 관련된 수리 1번 문제를 푸는 데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평이다.
출제 상의 개선할 점도 지적됐다. 연세대 자연계열 제시문에 대해 "현재 교과서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용어를 사용했다"는 비판이 대표적이다. 문제 1에서 나오는 '체적, 면적, 표면적, 반경' 같은 용어들은 지금은 '부피, 넓이, 겉넓이, 반지름'으로 바뀌었지만 그대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광신고 김흥규 교사는 "익숙하지 않은 용어 때문에 학생들이 혼란스러웠을 것"이라며 "출제자들이 현 교과서를 살피지 않은 것이 아쉽다"고 했다.
도움말 주신 논술 네트워크 명단
강방식 동북고 철학·윤리 교사
노연서 한영외고 국어 교사
최진규 서령고 국어 교사
김규상 개포고 과학 교사
김흥규 광신고 수학 교사
김기한 메가스터디 통합논구술 연구소 소장
강신창 유웨이 중앙교육 논술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