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정무특보인 이해찬 전 총리가 7일 방북하는 것을 계기로, 여권(與圈)이 본격적으로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 전 총리는 열린우리당 동북아평화위 위원장 자격으로 7일부터 10일까지 방북해 동북아 평화체제 구축 등을 논의하며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면담할 계획이라고, 열린우리당 최재성 대변인이 6일 전했다. 당 관계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전 총리의 방북에는 열린우리당 정의용·이화영 의원, 조영택 전 국무조정실장 등이 동행하며, 귀국 길에 탕자쉬안(唐家璇)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도 만날 예정이다.

◆어제 DJ 1시간 독대

이 전 총리는 6일 오후 서울 동교동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저를 찾아 1시간 가량 배석자 없이 방북문제에 대해 협의했다.

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장은 이날 “분위기에 따라 (남북정상회담 논의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 전 총리와 가까운 한 의원은 “이번 방북에서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가시적 전망이 나올 수도 있다는 기대를 갖고 있다”고 했다.

이 전 총리의 방북은 2월 14일 열린우리당 전당대회 직후 동북아평화위를 구성하면서 추진했고, 지난달 27일 북측의 초청장을 받았다는 것이 당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 전 총리와 함께 방북하는 열린우리당 이화영 의원은 일부 언론 인터뷰에서 “동북아평화위는 사실 유령같은 조직이다. 만들 때부터 위원장만 정하고 위원은 그 때 그 때 유연하게 정하기로 했다”고 했다. 이 전 총리를 염두에 둔 위인설관(爲人設官)이란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 여권에서 이번 방북을 오래전부터 준비해온 흔적들이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 10월 이화영 의원과 노 대통령의 최측근인 안희정씨 등이 베이징에서 북측 인사를 접촉했다는 얘기가 정치권에 퍼져 있다. 또 이 전 총리가 자신의 방북을 대통령에게 건의해 재가를 받아 지난해 12월말부터 본격 추진됐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 “이 전총리 방북 협의 없었다”

청와대 윤승용 대변인은 “이 전 총리가 방북과 관련해 청와대와 협의하지 않았다”며 대북특사설을 부인했다. 그러나 이 전 총리는 대통령 정무특보직을 유지하고 있고, 함께 방북하는 조영택 전 국무조정실장도 같은 직함을 갖고 있다. 노 대통령 탈당 후 이재정·박홍수 장관이 당적을 정리했지만, 이 전 총리는 청와대 특보직을 계속 유지하고 있어 ‘남북정상회담용 대북 특사’역할을 위한 조치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한나라당 유기준 대변인은 “이 전 총리 방북은 정상회담 사전정지 작업용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정형근 의원도 이날 “노 대통령이 신임하고, 북에서도 신뢰하는 이 전 총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