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3일 충남 서해 앞바다에서 발생한 KF-16 전투기 추락사고의 원인이 엔진 정비불량으로 밝혀짐에 따라 군 기강 해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정비불량 때문에 전투기가 추락한 경우는 지난 20여 년간 한 건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간 사고는 엔진 등 기체결함이나 조종사 과실 등에 의한 것이어서, 이번 사고는 대표적인 인재(人災)인 셈이다.

문제의 엔진은 2000년도 KF-16 엔진 제작업체인 미국의 프랫 앤드 휘트니(P&W)사가 제작했다. P&W사는 1993∼1994년 사이에 제작된 엔진의 터빈 블레이드(날개) 지지대 가운데 일부에서 열처리가 잘못돼 강도(强度)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확인했고, 이를 2004년까지 교체토록 우리 공군에 통보했다.

조사결과 KF-16 엔진에는 총 34개의 블레이드 지지대가 있는데, 사고기는 P&W사가 교체대상으로 분류했던 지지대를 그대로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3년 전에 교체됐어야 할 블레이드 지지대가 사고기의 비행 중 떨어져 나가면서 파편이 엔진에 손상을 입혀 엔진이 정지, 추락한 것이다. 그러나 2004년 6월 29일 사고기에 대한 정비기록을 담은 서류에는 “분해해본 결과 엔진에 이상이 없다”고 기록돼 있었다고 공군 사고조사반은 전했다.

군 당국은 정비사들이 분해도 해보지 않고 허위로 서류를 작성했는지, 아니면 분해는 했으나 부실 검사를 해 이런 기록을 남겨놨는지를 확인 중이다. 사고조사반은 특히 사고기의 경우 34개의 블레이드 지지대 모두 교체대상이어서 실제로 엔진을 분해해봤을 경우 이를 발견하지 못했을 확률이 낮다는 점에 주목하고 헌병 등 수사요원까지 투입해 당시 정비 관련자들을 추적하고 있다.

엔진 부품에 결함이 있는 것을 통보받은 직후 한꺼번에 문제의 부품을 교체하지 않고 2000~2004년 4년 동안 26대의 KF-16 전투기 엔진을 단계적으로 점검, 교체한 것도 의혹이 이는 대목이다. 공군 관계자는 “전투기에서 엔진을 꺼내 정비할 때 버리는 소모품이 많아 돈이 많이 들고 미국측에서 긴급 교체할 사안은 아니라고 해 시간이 걸렸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기간 동안 전투기 조종사들은 언제 사고가 발생할지 모르는 전투기를 불안한 상태에서 계속 조종했던 셈이다.

정비 불량의 대가는 엄청나다. 대당 425억원이나 하는 KF-16 전투기가 물속으로 사라졌고, 잘못했으면 소중한 조종사의 목숨마저 잃을 뻔했다. 또한 우리 군 정비 책임으로 추락했기 때문에 보상은 한 푼도 받을 수 없다.

공군은 F-15K 날개 손상과 KF-16 추락사고 등 잇단 사고에 대해 일벌백계의 원칙을 적용, 사고 관련자에 대한 문책과 함께 시설 안전성과 정비관리 체계를 전면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