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흥남 영양사가 권하는‘웰빙 식단’의 기본. 한끼 식사로 현미잡곡밥과 국, 된장찌개와 김치, 생선과 나물, 생야채와 쌈장이면 충분하다.

요즘 성장기 아이들의 최대의 적은 비만과 아토피. 최근 여러 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어린이 10명중 3명은 비만, 10명중 2명은 아토피로 고생하고 있다. 이런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바로 ‘먹거리’. 가공식품과 화학조미료, 지나친 육류 등은 가급적 먹지 않는 게 좋다. 하지만 집에서만 신경 쓴다고 해결되는 건 아니다. 아이들이 매일 먹는 학교 급식이야말로 좋은 식재료와 균형잡힌 식단을 제공해야 한다.

5일 낮 12시, 현미와 유기농 농산물로 지은 ‘친환경 급식’으로 학부모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안양시 호계초등학교를 찾았다. 점심시간에 아이들이 배식 받는 음식을 들여다보니 그야말로 ‘웰빙’이었다.

안양 호계초등학교는 현미작곡밥과 유기농채소로 만든 반찬으로 꾸린‘웰빙식단’으로 어린이 아토피를 꾸준히 관리하고있다.

◆친환경 급식이란

이날 아이들이 먹은 주식은 현미와 오분도미가 골고루 섞인 작곡밥과 유기농 시금치·당근을 유기농 밀가루에 섞어 반죽한 삼색 수제비 국. 여기에 화학조미료가 전혀 들어가지 않은 유기농 감자 볶음과 오징어 오이무침, 김치를 반찬으로 먹었다. 튀김류나 돼지고기 등 육류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식단을 짠 이흥남(여·35) 영양사는 "2004년부터 아이들의 영양권장량인 에너지 700㎈, 단백질 20g이 아니라, 평균 필요량인 570㎈, 10g 내외로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영양권장량은 식사 구성원의 90%가 영양과잉이 될 수 있는 수치로 교육부는 지난 1월부터 영양기준을 평균필요량으로 하향 조정했다.v
친환경 급식이 기존 급식과 다른 점은 서양식·가공식·육식 위주 식단을 전통식·자연식·채소 위주로 바꾸었다는 데 있다. 특히 튀김식 요리를 현격히 줄이고, 주로 조림·볶음식 조리법을 사용한다. 버섯·당근·상추·대파 등 40여가지 채소는 모두 농약을 쓰지 않은 유기농 채소나 저농약 재료를 쓰고, 육류도 항생제가 없는 유기농 고기를 사용하고 있다. 또 시중에서 파는 된장·고추장·간장 등 장류는 수입재료로 만든 것이 많아 개별 농가에서 국산재료로 직접 담근 장류를 직거래한다.

◆아이들 "아토피 나았어요"

호계초의 친환경 급식이 시작된 건 2004년 9월, 이흥남 영양사가 자연식 식단의 효과를 몸소 체험한 뒤부터다. "100일된 아이가 아토피를 앓았는데, 100가지 방법을 다 써봤지만 소용이 없었어요. 그런데, 식단을 싹 바꾼 후 5개월 만에 아토피가 완치 된거에요. 여기저기 쑤시던 제 몸도 건강해졌고요."이씨는 그래서 아무도 시키지 않은 친환경 식단 짜기에 열중했다. 처음엔 케첩, 겨자 소스, 돈까스 소스 등 수입된 가공식품부터 뺐다. 쌀에는 현미와 오분도미를 조금씩 섞었고, 돼지고기·소고기 등 육류는 생선으로 대체했다. 채소는 믿을만한 농가를 연결해주는 '생활협동조합'을 통해 직거래했다.

처음 1년 간은 반발이 심했다고 한다. 채소 위주 식단을 싫어하는 아이들이 음식을 많이 남기고 “맛이 없다”고 투덜댔다. 학부모들도 항의가 이어졌다. “왜 아이들에게 고기를 안 먹이느냐”“식단이 너무 부실한데, 영양사가 돈을 떼어 먹는 건 아니냐”는 불만도 있었다. 하지만 1년 후 이씨가 설문조사를 해본 결과, 이 학교에서 아토피를 앓고 있는 300명의 아이들 중 80명으로부터 “아토피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답을 들었다. 학부모들 반응도 점점 좋아지기 시작했다. 이날 만난 5학년 노은진양은 “1학년때 먹었던 흰쌀밥보다 지금 먹는 현미밥이 맛도 있고, 건강에도 좋은 것 같다”고 했다.

◆가정 식단도 웰빙으로

이흥남 영양사는 가정에서의 식단도 자연식으로 짜보라고 권한다. 기본은 간단하다. 현미작곡밥 30%, 된장국·채소밑반찬·김치 등 30%, 생야채·쌈장 30%, 과일·육식 10%로 식단을 구성하면 된다. 믿을만한 유기농 채소면 더욱 좋고, 된장찌개는 매끼마다 먹어도 좋다. 소고기·돼지고기 값을 아끼면 유기농 채소를 충분히 구입할 수 있다는 게 이씨의 조언. 과일은 저농약 제품을 먹고, 고기를 먹고 싶다면 항생제를 투입하지 않은 육류를 구입할 것을 권했다. 소비자들의 권익보호모임인 생활협동조합을 통하면 믿을만한 유기농 제품을 구할 수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