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서울 노원구 상계동 롯데백화점 인근 먹자골목. 비가 올 것 같은 흐린 날씨지만 ‘노원 문화의 거리 아트 페스티벌’에 참여한 시민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백화점 주차장 근처 사거리에 마련된 야외무대 앞에서는 초·중학생을 비롯, 중년부부 등 200여명의 주민들이 모여 인간형 로봇 ‘휴보’의 춤 공연을 지켜 보고 있었다. 로봇이 앞으로 걸어가 “반갑습니다”라고 말을 건네자 아이가 깜짝 놀랐다.
교향악단 연주와 재즈공연 등이 이어지는 동안 골목 구석구석에선 또 다른 문화 마당이 펼쳐졌다. 하얀 조각처럼 꾸민 석고마임 연기자들은 어린이들에게 악수를 청했고, 화사하게 꾸민 피에로는 풍선도 불어줬다.
노원구 문인협회의 ‘시화전(詩畵展)’, 서예협회의 ‘붓글씨 써보기’, 미술협회의 ‘인물화 그리기’ 같은 문화 행사도 마련됐다. 골목 전체가 놀이동산이 된 듯한 분위기다. 최경선(여·35)씨는 “이런 거리 공연 보려면 멀리 종로까지 나가야 했는데 이제 집 가까이서도 보게 됐다”며 “차도 다니지 않아 아이와 같이 다녀도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노원구(구청장 이노근)가 노원역 주변 1.8㎞ 골목 곳곳을 문화가 숨쉬는 거리로 바꿔가기 시작했다. 앞으로 매주 토요일 오후 4~8시 ‘차 없는 거리’로 연중 운영되며, 매주 주제를 달리하는 거리 축제가 벌어진다. 하루 평균 50만명 가까이 유동인구가 몰리는 이곳에 공연장·미술품 등을 설치해 서울 동북부 지역의 대표적 ‘문화의 거리’로 꾸민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매주 주제가 있는 공연을 마련, 주민 축제 마당으로 꾸밀 계획이다. 주민들이 내놓은 사진을 전시하는 ‘노원-노원 사람 사진전’을 비롯해 ‘희망의 꽃씨 나눠주기’ ‘장난감 교환 및 경매’ 같은 주민참여 행사가 많다. 서울여대 응원단 공연과 육군사관학교 생도들의 퍼레이드 등 지역 대학들 참여도 활발하다. 3일에는 서울여대 치어리더 공연, 노원태권도협회와 노원음악협회 공연, 비보이 공연 등이 있었다. 10일엔 삼육대의 ‘두유 마시기 대회’, 17일엔 염광여자정보고 고적대 공연, 24일엔 육사 생도 퍼레이드 등이 예정돼 있다.
거리 중간중간에는 현대미술 조각품을 설치해 '젊음의 거리'이미지를 굳히기로 했다. 노원구 이수걸 문화과장은 "곧 건물을 임대해 공연장으로 꾸며 대학로 연극도 노원 문화의 거리에서 공연할 수 있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화의 거리 인근 지하철 4호선 노원역 지상 교각(橋脚)은 야간조명을 곁들인 '캔버스'로 탈바꿈한다. 칙칙한 콘크리트 때문에 도시미관을 해친다는 지적을 받았던 길이 600m 구간의 교각들을 벽화 등 미술작품으로 꾸며 화사하게 바꾸고, 화려한 조명을 비춰 '미술의 거리'로 꾸밀 계획이다. 10억원의 예산을 들여 내년 착공한다.
도봉면허시험장 인도 420m 구간은 상수리·살구·왕벚나무 등 각종 초목이 우거진 '걷고 싶은 거리'로 만든다. 향기 있는 소(小) 정원도 꾸미고, 실물 크기의 피아노·첼로·바이올린 밀랍 조각을 설치, 사람이 다가서면 센서가 반응해 '비발디 사계(四季)' 같은 클래식 음악이 나오는 시스템을 다음달 말까지 갖춘다.
이노근 노원구청장은 "현대 미술품과 주민참여 프로그램을 강조해 대학로나 인사동과는 다른 문화의 거리로 만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