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갑작스런 대북(對北) 태도 변경은 미 언론에서도 ‘놀랄 일’로 받아들여진다. 북한에 대한 압박과 무시 일변도의 정책을 추진해 오던 지난 6년 간의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작년 말부터 대화와 타협으로 선회한 데 이어, 갈수록 그 접촉 수준을 높여가고 있기 때문이다.
부시 행정부는 지난 4년 간 줄기차게 주장해오던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HEU) 프로그램 문제에 대해서도 최근 스스로 ‘불확실하다’는 입장을 계속 밝히고 있다. 미 정계에선 ‘2·13 핵합의’가 북한의 HEU 프로그램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는 것을 최대 맹점 중 하나로 꼽아왔다. HEU 의혹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는 한, 플루토늄 재처리 프로그램만의 제거는 별 의미가 없기 때문이었다. 이 탓에, 미 정부 스스로 HEU 프로그램을 ‘불확실한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제기된다.
미 언론과 전문가들은 이런 변화를 일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단기적인 외교적 성과에 급급한 또 다른 정책적 잘못이 아니냐는 지적도 함께 한다. 뉴욕 타임스는 2일 ‘갑작스럽게 편리해진 진실’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부시 행정부가 북한의 HEU 프로그램에 대해 지금까지 해 오던 말을 뒤집고 태도를 바꾸는 것은 미국의 신뢰성을 다른 방식으로 해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설은 미 정부가 북한 HEU 프로그램에 대한 입장을 바꾼 것은 “정보판단 잘못의 가능성을 갑작스럽게 솔직히 고백했다기보다는 북한이 핵사찰을 다시 받기로 한 것과 관련돼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관들이 2·13 핵합의에 따라 북한에 들어가도 HEU 프로그램은 찾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미리 선수를 친다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