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호야. 꽃도 피워보지 못하고 봉오리가 떨어져 버린 우리 장호야….”

1일 오후 3시(현지 시각·한국 시각 밤 9시) 쿠웨이트 무바라크 공항 내 미군 공군기지. 지난달 27일 아프가니스탄 바그람 미군기지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로 순직한 고(故) 윤장호 하사의 어머니 이창희(60)씨는 미군기지 한 편에 마련된 다섯 평 남짓한 추도식장에서 아들의 영정을 마주하자 울음을 터뜨렸다. 이씨는 “미국에서 유학하는 동안 고생만 시킨 게 너무 가슴 아프다”며 “잘해주지 못해 정말 미안하구나…용서해줘…”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윤 하사의 아버지 윤희철(63)씨도 “미국 유학 하느라 13년을 떨어져 살았는데 이렇게 얼굴도 못 보고 가버리면 어떡하란 말이냐”며 오열했다.

현지 한인목사인 김영중 목사 주관 아래 기독교식으로 진행된 추도식에서 윤 하사의 부모는 찬송가를 부르면서 영정을 움켜잡은 채 울었고 형 장혁씨, 누나 서연씨는 서로 부둥켜안고 울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장병들도 소리없이 흐느껴 추도식장은 눈물바다가 됐다.

윤 하사의 부모 등 유족 7명과 합참 유해인수단(단장 유홍규 준장)은 이날 새벽 이라크 자이툰부대 6진 교대병력 300여명을 태운 아시아나 전세기에 함께 타고 성남 서울공항을 출발해 쿠웨이트 미 공군기지 유해보관소에서 윤 하사의 유해를 인수했다. 윤 하사의 시신은 전날 밤 바그람 기지에서 미군 C-17 수송기 편으로 쿠웨이트로 운송돼 왔다. 이들은 색소폰, 디지털 카메라, MP3, 일기, 옷가지 등 59개 유품도 인수했다. 특히 아버지 윤씨는 아들이 즐겨 부르던 색소폰을 떠올린 듯 색소폰을 찾아 어루만지기도 했다.

추도식에는 쿠웨이트에 주둔 중인 한국군 다이만부대 장병 20여명과 송근호 주 쿠웨이트 대사도 참석, 윤 하사의 죽음을 애도했다. 윤 하사의 영정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다이만부대의 한 장병은 “지금 이 순간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라며 고개를 숙였다. 유해를 운구한 다산부대 장병들은 “윤 하사가 모범용사로 선발돼 오는 5일 표창을 받을 예정이었고 전역한 뒤 결혼하면 중대원 모두 축하해주러 가자고 약속했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어머니 이씨는 이날 아들의 유해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혼절해 보는 이를 안타깝게 했다. 주검으로 변한 아들을 만나기 위해 서울에서 10시간 동안 7600㎞를 비행기로 날아오는 동안 이씨는 기내에서 자이툰 부대 대원들의 안전을 각별히 빌기도 했다. 이씨는 “전장(戰場)으로 가는 우리 아들 같은 병사들을 보니 장호 생각이 난다”며 “우리 병사들 중에 장호 같은 희생자가 나오지 않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고 말했다. 자이툰 부대 교대 병력으로 온 병사들은 “윤 하사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유족과 합참 유해인수단은 오후 4시20분쯤 윤 하사의 유해를 담은 냉동 컨테이너가 태극기를 두른 채 엄숙한 분위기 속에 다산부대 병사들에 의해 아시아나 전세기에 실린 뒤 서울로 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