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28일 국회 건교위 소위에서 합의처리한 주택법 개정안의 골자는 분양가 상한제와 분양원가 공개다. 그간 한나라당은 이에 대해 "반(反)시장적"이라며 비판했고, 박근혜 전 대표도 이날 반대한다고 했다. 그러던 한나라당이 왜 입장을 선회했을까. 한나라당 의원들은 "집값 폭등의 책임을 뒤집어쓰게 될지 모르는데,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번뿐만이 아니다. 노무현 정부가 그동안 10여 차례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비슷한 일이 반복됐다. 매번 "위헌 논란이 있고 시장원리에 맞지 않다"며 반대했지만, 실제 국회 법안 처리 과정에서 이를 막지는 않았던 것이다.

◆2005년 종합부동산세 정부안대로 통과

정부는 2005년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세를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8·31 대책을 발표했다. 당시 한나라당 지도부는 "정책 실패를 유리알 지갑인 샐러리맨과 중산층, 서민에게 전가하고, 투기 막는다는 명분으로 세금폭탄 쏟아 붓는다"고 했다. 종합부동산세는 위헌의 성격이 짙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은 2%의 부동산 부자를 옹호하는 당"이라고 공격했고, 논란 끝에 정부안대로 통과됐다.

작년 3·30대책 때도 한나라당 윤건영 수석정책조정위원장은 "재건축 개발 이익 환수는 위헌 소지가 크고, 주택가격만 높일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정부 여당이 "투기를 잡자는데 야당이 발목만 잡느냐"고 하자 또다시 물러났다.

◆부동산 옹호당이 싫어서?

왜 이런 일이 반복될까. 한나라당 건교위 간사인 윤두환 의원은 "주택법은 위헌 소지가 있지만 국민 여론을 무시할 수 없다"며 "우리를 '있는 자의 대변자'라고 몰아붙이지 않느냐"고 했다. 임태희 여의도연구소장도 "친(親)시장적으로 가려 해도 차분하게 시시비비를 가릴 수 있는 여론 형성이 안 된다"며 "건설업자 편드는 것으로 보이지 않으려면 결국 정부·여당 기조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나경원 대변인은 "'부자 옹호당'이란 매도 여론에 부담을 느낀다"고 했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정부는 '부동산문제가 안정되지 않으면 책임지겠다'고 장담하니 통과시켜 준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