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거짓말을 잘한다. 어느 정도인가 하면 어쩌다 작가가 되었느냐는 질문에 별로 고민도 않고 “어릴 적부터 갈고 닦은 거짓말의 솜씨가 이제야 빛을 발하나 보다”라며 뻔뻔스레 대답하기도 했었다. 빼어난 거짓말 솜씨 덕분인지 난 연애도 제법 잘한다.

“취미는 여행이에요. 한 달에 한 번? 못해도 두 달에 한 번은 꼭 여행을 가죠. 여행은 가르침과 영감을 주죠. 제가 교육부장관이 되면 초등학교부터 올바른 여행에 관한 정규 교과수업을 만들고 싶을 정도라니까요. 남들이 다 가는 곳? 싫어요. 이스탄불의 시라곤 호텔이라고 아세요? 옛 황제의 거처를 현대적으로 개조한 곳인데 바와 클럽이 특히 멋져요. 그곳의 모히토는 정말 제가 맛본 것 중 최고더라고요. 부러우시다고요? 전혀요. 버는 족족 여행에 다 써버리니 제 잔고는 언제나 목마르답니다. 언제 철이 들려는지 원…” 따위의 허무맹랑한 거짓말을 숨도 안 쉬고 해댄다.

남들 다 가는 곳이 싫다고? 가르침을 준다고? 참고로 내가 가장 최근 다녀온 여행은 항공, 숙박을 합쳐 40만원이 채 안 되는 도쿄 밤도깨비 패키지 투어이고 단골인 시부야의 100엔 스시집에서 ‘역시 초밥은 맛있구나!’라는 가르침을 받았을 뿐이다. 시라곤 호텔은 인터넷에서 사진 몇 장을 보고는 어떤 놈은 팔자 좋아 이런 데도 가는구나 싶어 괜히 분해했던 곳일 뿐이다. 유일한 진실은 내 잔고는 언제나 목마르다… 정도?!

하지만 문제는 앞뒤도 안 맞고 누가 봐도 정신 나간 것 같은 이런 거짓말들이 작업에 먹히더라는 거다. 그러고 보면 여자는 남자의 거짓말에 참 관대한 것 같다.

“결혼하면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게 해 줄게!”, “3년 안에 당신 사모님 소리 듣게 해 준다!”처럼 석기시대 벽화에 나오는 거짓말부터 “내가 다시 술을 먹으면 개 아들이다!” 같은 안 하느니만 못한 거짓말에도 아내와 여친들은 여전히 잘도 속는다. 아니, 속아 준다.

거짓말 혹은 허풍은 남자들의 특권이다. 그리고 여자들은 아는 것 같다. 그 허풍은 남자들이 가진 몇 안 되는 에너지 가운데 하나라는 것을. 그거마저 단칼에 잘라 버리면 ‘에휴~ 저것들 고만 죽고 말겠다!’ 싶은 긍휼이 있는 것 같다.

여자들, 남자들 대부분은 그것에 대해 무척 고마워하고 있다는 걸 아는가?

일년 살짝 넘기며 ‘남녀 사이’를 연재하는 동안 난 늘 어설프지만 연애의 진실성에 대해 이야기하려 했던 것 같다. 마무리에 와서 엉뚱하게 거짓말도 괜찮다는 널뛰기를 하고 있지만, 당신에게 사랑받고 싶지만 감추느니만 못한 남루한 진실이 전부인 못난 남자의 거짓말이라면… 어떤가? 남자, 사랑해 줄 만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