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스 스포츠 공금석 사장(오른쪽)이 야구 배트를 깎고 있다. 미세한 부분을 다듬는 마지막 단계는 기계가 아닌 사람 손을 거쳐야 한다.

똑같은 방망이는 없다. 선수의 성향에 따라 헤드의 크기와 전체 길이, 무게, 균형점 위치, 그립(grip) 부위 굵기, 동그란 끝 부분(knob) 모양 등이 다르기 때문이다. KBO(한국야구위원회)와 대한야구협회의 나무 배트 규칙은 ‘길이 42인치(106.7㎝), 가장 굵은 부분(헤드)의 지름 7㎝ 이하’. 보통 길이 33~34인치·헤드 지름 6.1~6.6㎝·무게 830~870g의 범위 안에서 최적의 효과를 노린다.

대전시 동구 이사동에 있는 맥스(MAX) 스포츠는 ‘맞춤형 배트’로 국내 프로·아마추어 나무 배트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공금석 사장은 “심정수(삼성), 이종범(KIA), 홍성흔(두산) 등 200명이 넘는 프로 선수들의 자료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유명 타자들을 위한 방망이엔 ‘KIA 장성호’, ‘삼성 박종호’라는 식으로 이름까지 찍어준다. 몇몇 스타들이 실제로 사용하는 최고급 제품(15만원 선)은 일반 판매도 한다.

공 사장이 야구 방망이에 눈을 돌리게 된 계기는 10년 전 IMF 외환위기였다. 3대째 이어가던 목공예 사업이 흔들리면서 새 활로가 필요했다. 사회인 야구광이던 그는 친구인 전대영 현 천안북일고 감독과 상의 끝에 배트에 도전했다. 좋은 나무를 보는 눈과 숙련된 기술을 갖고 있어 내심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1999년 첫 제품을 만들어 연고지 구단인 한화에 내밀어봤지만 외면당했다. 30만원이던 일제 배트 50자루를 산 뒤 칠을 벗겨내고 맥스 상표를 찍어 테스트를 부탁했는데도 ‘국산은 나쁘다’는 선입견의 벽에 부닥쳤다. 하지만 ‘손맛’에 맞는 국산제품을 외제보다 발 빠르게 공급하는 마케팅은 점차 인정받기 시작했다. 두산이 정수근(현 롯데)과 홍성흔 등 맥스 바람을 일으킨 선수들을 앞세워 2001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구자 다른 팀들도 관심을 보였다. 국내에서 홈런왕 대결을 벌였던 이승엽(현 요미우리)과 타이론 우즈(현 주니치)도 외제와 맥스를 번갈아 휘둘렀다.

이후 공 사장은 수증기로 배트를 쪄 말리는 방식 대신, 진공 고주파 건조 기술로 배트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화물 컨테이너 크기의 절반쯤인 30억원짜리 기계에 배트 2500자루 분량의 원목(주로 단풍나무)을 선별해 넣고 7~9일간 고압 진공 방식으로 말려 수분을 8% 안팎으로 유지한다. 타격 때 방망이가 울리거나 부러지는 일이 줄어들면서 반발력은 높아졌다. 작년 초엔 IBAF(국제야구연맹) 공인을 받았다. 국가별로는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 번째였다.

직원 50여 명인 맥스는 작년에 나무 배트 3만 자루를 팔아 매출액 26억원쯤을 올렸다. 국내 시장은 작은 편이다. 대만·중국도 수요가 많지 않고, 일본은 규제가 많아 진입조차 어렵다. 여전히 목공예 상자와 인테리어용 나무벽돌로 벌어들이는 돈이 더 많다. 국제적인 브랜드가 되려면 메이저리그를 뚫어야 한다. 공 사장은 “2010년까지 MLB 스타 한 명이 맥스를 쓰게 만드는 게 목표다. 그러면 급속하게 퍼질 수 있다”면서 “그동안 외제 방망이 때문에 외화가 많이 나갔는데, 이젠 내가 좀 벌어와야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