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그만 공 자국 하나가 미PGA 투어 8연속 우승을 향해 질주하던 호랑이를 쓰러뜨리는 올가미가 됐다. 24일(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갤러리골프장(파72·7351야드)에서 열린 액센추어매치플레이챔피언십 16강전. 세계 랭킹 1위인 타이거 우즈가 16위인 닉 오헌(Nick O’Hern·호주)과 맞붙었다. 모두들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이라고 했다. 하지만 승부는 연장전으로 이어졌고, 승리의 여신은 결국 오헌 쪽에 가서 섰다.
연장 첫 번째 홀 그린. 우즈는 홀 옆 1.2m쯤에 공을 붙여 버디 찬스를 잡았다. 오헌은 이미 파로 홀 아웃한 상태. 오헌은 그린 옆에서 팔짱을 낀 채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캐디가 다음 홀 준비를 하라며 건네주는 공을 뿌리치고 홀에 공 떨어지는 소리만 기다렸다.
그러나 우즈의 공은 그린 위에서 살짝 튀는 듯하더니 홀을 비켜 갔다. 다 잡은 승리를 놓친 우즈는 다음 홀에서 보기를 범했고, 오헌은 3.6m짜리 버디 퍼팅을 성공시키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2년 전 이 대회 2회전에서도 승리했던 오헌은 매치플레이에서 우즈에게 2연패를 안긴 유일한 선수가 됐다.
골프 전문지 ‘골프위크’는 닉 오헌의 이름을 따서 ‘Nick’d up’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닉이 이기고 올라갔다’는 뜻이었지만, 보통명사 ‘nick’(움푹 파인 곳)을 빗대 우즈의 공이 굴절됐음을 전한 것이었다. 우즈는 “퍼팅 라인에 신경을 쓰느라 중간에 있던 공 자국을 보지 못했다”며 “이번 홀로 연장전이 끝난다는 생각만 했다”고 말했다.
26일 결승전에선 지난해 챔피언 조프 오길비(호주·세계 11위)가 헨릭 스텐손(스웨덴·세계 8위)과 패권을 다투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