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찬종씨가 22일 오전 10시 재산명시 재판을 받고 나오면서 기자들에게 입장을 이야기하고 있다.

박찬종 전 국회의원이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22일 풀려났다.

박씨는 선거 비용 문제 등으로 민사 재판을 진행해 오던 중 지난해 10월 재산 명시 기일에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하지 않아 법원의 ‘18일 감치’ 명령을 받아 21일 오후 입감됐으나 이날 오전 10시 재판에서 재산 명시 명령을 이행해 풀려났다.

박씨는 법정을 나서면서 기자들에게 “돈 없이 정치를 하다 보니 이렇게 됐다. 재산 명시 관련 법원의 요구를 따르지 않은 것은 전혀 본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검사 생활을 하면서도 구치소에서는 한번도 잠을 잔 적은 없는데, 좋은 경험을 했다. 구치소의 하루 경험을 바탕으로 사법 개혁에도 목소리를 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부에서 제기되는, “아직도 끝나지 않은 정치테러가 아니냐”는 주장에 대해서는 “노코멘트”라고 했다. 박씨의 측근들은 이날 재판에 앞서 기자실을 찾아와 “채무와 관련된 재산 명시 기일을 넘긴 죄로 감치명령을 받게 된 것은 송달사건으로 조작한 계획적이고 치밀한 박찬종을 모욕주고 죽이기 위한 공작”이라고 주장했다.

1992년 14대 총선 당시 신정치개혁당 대표였던 박씨는 당 간부였던 송모씨에게 13억원의 특별당비를 받아 선거자금에 사용하고 총선이 끝난 뒤 송씨에게 “당을 위해 썼다”는 내용의 각서를 써 줬다가 송씨가 이를 근거로 대여금 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해 패소했다. 이로 인해 박씨의 서울 방배동 자택이 강제경매됐지만 여전히 7억여원의 채무가 남았다.

송씨는 채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보좌관이었던 임모씨에게 양도한 데 이어 조카인 조모씨에게 양도해 채권자들이 계속 박 전 의원에게 대여금 채무를 반환하도록 요구했지만 본인 소유의 재산이 거의 없었던 박씨는 채무를 갚지 못했다.

조씨는 박씨를 상대로 채무자의 재산상태를 확인해 달라는 재산명시 신청을 냈고 법원은 지난해 5월 이를 받아들인 뒤 10월 16일을 재산명시 기일로 정해 재판을 열기로 하고 박씨에게 출석 요구서를 보냈다. 그러나 박씨의 주민등록상 주소지로 송달됐던 요구서는 본인에게 전달되지 않았고 이후 박씨가 출근하던 후배 사무실 등 몇 차례 다른 주소로 요구서가 보내졌지만 역시 전달되지 않았다.

결국 법원은 박씨가 재산명시 기일에 불출석하자 민사집행법에 따라 지난해 12월 4일 감치 결정을 내렸고 경찰은 21일 오후 2시 감치 결정을 집행, 박 전 의원을 서울구치소에 수감했다.

재산명시신청이란 채권자가 승소판결을 받고서도 채무자의 재산을 알지 못하여 강제집행을 할 수 없는 경우, 채권자의 신청으로 패소판결을 받은 채무자에 대하여 강제집행의 대상이 되는 재산내용을 공개하도록 하고, 이에 대해 불성실하게 신고하거나 이를 거부한 경우는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제도다. 채무자가 정당한 사유없이 명시 기일에 불출석하거나 재산목록제출을 거부하는 경우 유치장이나 구치소 등에 감치될 수 있다